검은 페미니스트들의 승리… 폴란드 낙태금지법 폐기

입력 2016-10-06 18:20 수정 2016-10-06 21:38
폴란드 전역에서 낙태 전면 금지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지난 3일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 앞에서 동조 시위에 나선 여성이 ‘우리는 조절할 수 있는 인큐베이터가 아니다’라고 쓴 피켓을 들고 있다. AP뉴시스
폴란드 전역에서 낙태 전면 금지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지난 3일 우산을 쓴 시위대가 바르샤바 캐슬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AP뉴시스
폴란드 우파 집권당이 내놓은 낙태 전면 금지법이 현지 여성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결국 폐기됐다.

폴란드 하원은 6일 본회의에서 표결을 벌여 낙태 전면 금지법을 철회키로 결정했다고 AP통신과 BBC방송이 보도했다. 철회 찬성은 352표, 반대는 58표, 기권은 18표였다. 이로써 이 법안을 발의했던 집권 법과정의당은 망신을 톡톡히 당하게 됐다.

법안 폐기 결정은 지난 3일 폴란드 전역에서 여성 10만여명이 직장을 비우고 집안일을 거부하며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인 것이 결정타였다. 여성들이 검은 옷을 입고 거리를 점거해 ‘검은 월요일’로 불렸다.

야로슬라프 고빈 부총리는 “이번 시위는 우리에게 겸손을 가르쳤다”며 “전면적인 낙태 금지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톨릭 국가인 폴란드는 유럽에서 낙태가 가장 엄격하다. 현행법은 산모나 태아 목숨이 위태롭거나 성폭행·근친상간으로 임신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금지한다. 합법적인 낙태수술도 의사가 꺼리는 경우가 많아 폴란드 여성은 주변국으로 가 수술을 받거나 임신중절 약을 인터넷으로 사서 복용한다.

그런데도 법과정의당은 가톨릭교회의 지지에 힘입어 더 엄격한 법안을 마련했다. 산모 생명이 위험할 때만 낙태를 허용하고 다른 모든 경우 낙태한 산모와 의사를 최고 징역 5년형에 처하는 내용이었다. 법안은 45만명의 찬성 서명을 받아 발의됐지만, 지난 1일부터 여성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낙태 전면 금지를 지지한 응답자는 11%에 그쳤다. 절반은 현행법 유지를 선호했고 “낙태를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3분의 1을 넘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