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1·미국·사진)는 세계 최고의 골퍼였다. 1997년 6월 15일에 처음 1위에 오른 후 2014년 5월 17일까지 총 683주를 세계 최정상에 있었다. 실력에선 자타 공인 세계 최고였다. ‘신계(神界)’의 경지에 있었다. 하지만 필드에선 냉혹한 승부사였다. 매너도 상당히 좋지 못했다. 신인 때부터 경쟁자들에게 인사도 하지 않았다. 같은 조에서 플레이하는 다른 선수들에게 말은커녕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더 나아가 생각대로 공이 안 나가면 남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클럽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기 일쑤였다. 2012년 마스터스 대회 때는 2라운드 도중 아이언샷이 빗나가자 골프채를 집어던졌고, 발로 차기까지 했다.
하지만 무릎부상과 성추문이 겹치며 하루아침에 몰락했다. 성적도 급전직하했다. 지난해 시즌을 세계랭킹 416위로 마쳤다. 6일 현재 그의 랭킹은 767위다. 그러면서 우즈의 인상도 변했다. 승리에 포효하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항상 찡그리고 고개 숙인 모습으로 팬들의 뇌리에 박혔다.
하지만 지난 주 끝난 미국과 유럽연합의 골프 대항전 라이더컵에서 우즈는 변해 있었다. 냉혹한 승부사에서 후덕한 아저씨가 되어 있었다. 그는 성적이 좋지 못해 이 경기에 나오지 못했다. 우즈는 라이더컵에서 미국팀 부단장으로 활약했다. 사실 자존심 강한 우즈가 선수로 나오지 못한 대회에 부단장으로 나오는 것은 의외였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11월 단장인 데이비스 러브 3세에게 “라이더컵에서 선수로 뛰지 못하더라도 뭔가를 하고 싶다”고 했고, 러브 3세는 흔쾌히 이를 받아 들였다.
우즈는 라이더컵에서 부단장으로써 묵묵히 활약했다. 대회의 주인공은 선수라며 인터뷰를 자제했다. 미국팀이 기념 촬영을 할 때 무심코 선수들 옆에 서 있다가 “비켜달라”는 지적을 받자 멋쩍게 웃으며 자리를 피해 주기도 했다.
그리고 단장인 러브 3세에게 선수 매치업 등 전략 수립 및 코스 공략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라이더컵이 열린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클럽은 그에게 매우 익숙한 곳이었다. 2009년 PGA챔피언십에서 양용은에게 패배하는 등 이 곳에서 우즈는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두 번이나 놓친 악연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그 경험을 선수들에게 전수해줬다. 필 미컬슨은 “우즈는 선수들에게 훌륭하고, 잘 만들어진 계획을 알려주고 있다. 우즈의 깊이 있는 생각은 놀라울 정도”라고 칭찬했다. 결국 미국은 우즈의 도움으로 8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는 기쁨을 누렸다.
우즈는 라이더컵이 끝난 뒤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과 매우 친해졌다. 팀의 일원이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그동안 몰랐던 일을 많이 알게 됐고 선수들과 가까워졌으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우즈는 또다시 국가 대항전에서 부단장으로서 선수들을 돕게됐다. 내년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에 미국팀 부단장을 맡게 된 것이다. 우즈의 프레지던츠컵 합류는 절친이자 단장을 맡은 스티브 스트리커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스트리커는 “우즈가 갖고 있는 경험이 미국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은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인터내셔널팀 선수들이 자웅을 겨루는 대회로 1994년 출범했다.
우즈는 선수로서의 부활도 다짐하고 있다. 우즈는 오는 14일 열리는 2016-2017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개막전인 세이프웨이 오픈에서 복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PGA 시니어 투어에서 활동하는 예스퍼 파르네빅은 최근 우즈와 함께 연습한 소감을 전했다. 파르네빅은 “우즈의 탄도와 비거리가 15년 전 모습 그대로였다. 그가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했다.모규엽 기자
‘아재’된 우즈
입력 2016-10-0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