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전경련

입력 2016-10-06 18:02 수정 2016-10-06 20:56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의혹에 이어 미르·K스포츠재단 ‘하명(下命)’ 설립 의혹이 불거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대한 정치권의 해체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정경유착의 고리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커지면서 전경련이 1961년 발족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6일 MBC라디오에서 “전경련은 지금 하는 행위만 본다면 대기업 집단 이익만 대변할 뿐 우리나라의 경제·사회적 조화를 이뤄 가는 데 역할이 전혀 보이지 않는 집단”이라며 “이제 전경련은 존재 명분을 찾기도 어려운 때가 됐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도 원내정책회의에서 “전경련은 이제 공정경쟁과 시장경제를 해치는 재벌그룹의 기득권 단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열린 국정감사에선 야권뿐 아니라 새누리당 ‘잠룡’ 유승민 의원도 ‘발전적 해체’를 주문하며 전경련 비판대열에 합류했다.

회원(사)만 600곳을 거느린 매머드 경제단체인 전경련은 우호적 기업 환경 조성을 위해 조직된 이익단체지만 최근 권력 유착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로비 단체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권력 비선 개입 의혹이 제기된 미르·K스포츠재단은 물론 기업들이 사실상 ‘준조세’라고 반발한 청년희망재단과 미소금융재단(이명박정부) 등 정부사업 모금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특히 어버이연합 우회 자금 지원 의혹은 전경련의 ‘정치권 눈치 보기’ 비판의 기폭제였다.

권력의 압박에 굴복하거나 자진해서 권력에 충성하는 모습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자금 모금부터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 연루로 ‘대국민사과’까지 했지만 또다시 정경유착 의혹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최근엔 전경련 회장을 맡으려는 기업 총수도 드물어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정치권의 비판 강도와는 별도로 전경련의 강제해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전경련을 강제로 해산하려면 헌법상 결사의 자유보다 우선하는 공공의 이익이 있어야 한다”며 “정부를 상대로 한 불법 로비나 부당한 청탁 등이 만연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전경련의 자진 해산 및 회원사의 자진 탈퇴를 압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전경련 관계자는 “정치권의 요구에 대해 일일이 답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자체적인 혁신 노력을 하고 있고, 방안이 정리되면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