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지형은] 잃어버린 땅을 찾아서

입력 2016-10-06 17:30

한국교회 또는 이 땅의 기독교에 독자적인 땅이 있는가? 물리적인 땅 얘기가 아니다. 가치를 공유하고 거기에 삶을 거는 사람들, 그런 이들이 지어가는 삶의 자리, 거기에서 꽃피는 문화가 있느냐는 말이다.

기독교 신문에 종종 뛰어난 기독교인 기사가 실린다. 대개는 난사람이다. 어느 분야에서 남보다 대단한 자리에 오른 사람이다. 그 사람이 그 위치에 이르기까지 신앙이 동력이었고 그로써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게 되었다는 거다. 그 사람들이 다 진짜 그런가. 기독교인이라는 자의식이 그 사람 삶에서 진짜 가장 중요한가. 교회에 다니기는 하지만 신앙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그저 장식품 정도인 사람은 그중에 없는가. 성공한 사람을 어떻게든 자기편에 끌어들여 선전하려는 얕은 셈법은 아닌가.

예컨대 국회의원을 보자. 이 사회에서 국회의원들만큼 큰소리치고 사는 사람이 없지만 툭하면 동네북이 되는 것도 그들이다. 어떤 점에서는 국민의 정치적인 소비 욕구의 분출구이기도 하다. 국회의원과 관련된 문제들은 선거 때 물갈이되는 것만 빼면 언론이나 여론에서 제아무리 지적해도 결국은 여전히 그대로라는 것이 국민들의 느낌이지 싶다. 하긴 이런 점이 역설적으로 그들의 상품성이기도 할 테다.

국회의원을 보기로 든 것은 기독교의 독자적인 영역을 따져보는 데 이들만큼 명확한 경우가 드물어서다.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 중에서 기독교인이 몇 명이라는 보도가 으레 따른다. 기독교인 국회의원 비율이 기독교 교세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은 국회의원들이 구설에 하도 많이 올라서 그런지 이런 보도가 그리 크지 않다. 다행이다.

생각해보자. 여당 또는 야당 국회의원들에게 그들이 어느 당 소속이라는 점과 기독교인이라는 점 둘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기독교의 핵심 가치인 성경 말씀을 진리로 믿는가. 그래서 그들이 속한 당의 비전과 가치와 정책이 기독교적으로 변하도록 애쓰는가. 단식하며 성경을 읽는다든지 큰 기독교 행사에서 자신의 신앙을 애써 강조하는 것이 진심인가, 정치 쇼인가. 국회의원 중에서 기독교 신앙을 가졌다는 사람들이 사실은 기독교가 ‘진지한 자기 사람’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들 삶의 영역이 기독교의 땅이 아니라는 말이다. 기독교인의 자의식과 가치를 진짜로 최우선순위에 놓는 국회의원이 얼마나 될까.

기독교 신앙의 근본 가치들이 있다. 단순하게 보자. 거짓말하는 것은 하나님께 죄다. 사실을 왜곡하거나 비트는 것은 죄다. 사실이 아닌데도 사실인 것처럼 말을 만들거나 상황을 호도하면 죄다. 문맥을 부러 무시하고 남의 말을 이용해 먹는 것은 거짓말과 같다. 죄다. 국회의원 기독교인이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대놓고 한다면 하나님 앞에서 그 죄가 중하다. 자의식으로는 진지하게 그러니까 모르고 한다면 하나님이 많이 참작해주실 것이다.

청와대 참모진이나 국무위원인 기독교인들에게 이런 상황을 대입해보자. 자신이 장관이라는 것과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 둘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들 생각할까. 자기 삶의 좌표 중심에 있는 것이 장관일까, 하나님 나라의 백성일까. 법조삼륜이라 불리는 판사, 검사, 변호사들에게 대입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국가정보원, 경찰, 의사들은 어떨까. 자기 이익인가 하나님의 뜻인가, 이것이 요점이다. 이렇게 보면 목사와 장로들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에 기독교의 독자적인 땅이 참 좁다. 숨이 답답할 정도다. 기독교인 수가 많지 않았던 선교 초기에는 이렇지 않았다. 그때는 신앙인이라면 거의가 기독교의 독자적인 땅에 굳게 발을 디디고 살았다. 잃어버린 이 땅을 찾아야 한국교회가 산다.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