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정치’가 부른 ‘체제 공포’… 北 균열 확산

입력 2016-10-06 05:02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윤행자 재독한인간호협회장의 손을 잡고 격려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에 광적으로 집착할수록 국제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돼 결국 자멸에 이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주 기자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이 잇따르는 건 고위층을 겨냥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공포정치’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해외에 나간 사람들은 간부와 노동자를 막론하고 상당한 실적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경우처럼 중국 등 해외에 파견된 북한 무역대표부 파견자들이나 외교관들이 연이어 탈북에 나선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북한 체제에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당장의 체제 붕괴와 연결시키는 것은 섣부르지만 내부 지도층에서부터 체제 위해 요소, 균열 조짐들이 확대되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읽힌다. 과거에 비해 외부 문물의 유입이 늘어나는 가운데 해외에서 외부 문물을 깊이 접한 핵심 계층의 이탈 증가세는 북한 당국에는 불편한 ‘팩트’일 수밖에 없다.

이런 추세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5일 열린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서도 ‘북한 자멸론’을 거듭 설파했다. 그러면서 “북한 핵의 위협이 사라지고 평화통일의 문이 열리면 한반도에 사는 우리들뿐 아니라 재외동포 여러분과 세계 각국에도 새로운 행복과 번영의 기회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이 앞으로 ‘강성대국’을 노골적으로 지향할수록 역으로 북한 당국 간부, 주민들의 탈북 추세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체제의 불안정이 심화되면서 대남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내부에 쌓인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무력도발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군 당국도 북한의 국지도발이 언제든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은 주체가 불분명하거나 의도 파악이 제한돼 자기들의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그런 유형의 국지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교관이나 정부 인사의 망명이 이어지는 건 북한 체제에 모순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당장 붕괴 상황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체제에 위해가 되는 요소, 균열 조짐이 확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붕괴론을 언급하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근 밝혀지는 북한 외교관, 간부의 탈북행렬을 보고 김정은 체제 붕괴를 거론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며 “심각한 상황이라면 북·중 국경이 통제되는 등 액션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 역시 “대북 제재라는 변수를 고려할 수는 있겠지만 체제 전반에 대한 위협, 정권 불안정성 심화로 보기에는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황장엽 정도의 인물이 넘어오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그런 인물이 와도 북한은 (큰 변화 없이) 가는 체제”라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 내부에서는 여전히 체제 감시기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섣부른 부추김은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