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화학상에 프랑스·영국·네덜란드 교수… ‘분자기계’ 원리 연구한 공로

입력 2016-10-05 21:32

올해 노벨 화학상은 장 피에르 소바주(72)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명예교수, J 프레이저 스토다트(74)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베르나르드 L 페링하(65)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교수에게 수여됐다. 이들은 머리카락 굵기 10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분자기계(molecular machines)’ 원리를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5일 “수상자 3명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기계를 발견했다”며 “그들은 에너지가 주어지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제어 가능한 분자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분자기계는 분자 크기의 기계로, 분자를 원료로 사용해 이들을 유용한 물질 구조로 조립할 수 있다. 물체의 성질을 갖는 최소 단위인 분자를 화학적 결합이 아닌 기계적 결합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분자를 인간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해당 기술을 이용할 경우 컴퓨터, 의학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의학의 경우 약물 전달, 신경물질 전달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바주는 1983년 두 개의 원 모양 분자를 결합해 체인 형태(catenane·캐터네인)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는 화학적 결합이 아닌 기계적으로 연결한 형태였다. 이어 1991년 스토다트가 캐터네인을 고도화해 연결한 ‘로탁세인(rotaxane)’으로 발전시켰다. 로탁세인에 근거한 발견 중에 하나가 분자 승강기(molecular lift)다. 페링하는 1999년 이를 ‘분자 모터’로 처음 발전시켰다. 분자 모터는 한 방향으로 지속해서 도는 회전 날개 형태였다. 이를 통해 분자 모터보다 1만배나 큰 유리 실린더를 돌렸고, 나노카(nanocar)를 디자인했다.

프랑스 출신의 소바주 교수는 루이파스퇴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영국 출신으로 기사작위까지 받은 스토다트는 에든버러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네덜란드인 페링하는 흐로닝언대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동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다. 세 사람은 노벨상 수상 상금 800만 크로네(약 11억원)를 3분의 1씩 나눠 갖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