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호 태풍 ‘차바’가 5일 제주도와 남부지방을 할퀴고 지나가면서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부산과 제주, 울산, 경주 등에서 오후 11시 현재 태풍의 영향으로 4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KTX 열차 운행과 공장 가동 중단, 주택 및 차량 침수, 대규모 정전사태 등의 피해도 잇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10분쯤 울주군 언양읍 반천리 현대아파트 입구에서 약 60m 떨어진 지점에서 최모(61)씨가 도로변 가드레일에 몸이 끼어 숨진 채 발견됐다. 울주군 청량면 양동마을에서는 구조활동 중이던 울산시소방본부 소속 박모(30) 119구조대원이 강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KTX 울산역 북쪽에서는 도로에 설치된 난간이 전차선 위로 떨어지면서 단전돼 오전 10시52분부터 오후 1시42분까지 울산역을 거쳐 서울로 가는 7편의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동해남부선도 호개역∼태화강역 구간에 200m가량 자갈이 유실돼 부전역∼경주역 구간 운행이 오후 2시 이후 중지됐다.
싼타페와 투싼 등을 생산하는 현대자동차 울산 2공장은 침수돼 3시간여 동안 생산라인이 중단됐고 신차 출고장에 있던 차량 30여대가 침수됐다.
낮 12시40분부터 1시간 동안 울산 시내를 관통하는 태화강에 홍수경보가 발령됐고 도로침수로 인한 고립, 주택 침수, 산사태 등이 126건 발생했다. 태화강에 홍수경보가 내려진 것은 1991년 태풍 글래디스 이후 25년 만이다. 울산에는 이날 시간당 최고 124㎜의 장대비가 퍼부었다.
부산에서는 오전 10시52분쯤 수영구 망미동 주택 2층 옥상에 있던 박모(90) 할머니가 강한 바람 때문에 1층으로 떨어져 숨졌다. 오전 11시쯤엔 영도구 동삼동 모 대학 기숙사 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면서 컨테이너를 덮쳐 안에 있던 하청업체 근로자 오모(59)씨가 숨졌다. 오전 10시43분쯤엔 강서구 대항동 방파제에서 어선을 점검하던 허모(60)씨가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지진 피해 복구에 여념이 없는 경북 경주도 태풍의 발톱을 피해가지 못했다. 경주시 외동읍 구어리에서는 오후 2시30분쯤 이모(65)씨가 계곡물이 불어나자 차를 옮기러 갔다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주에서는 감포읍 소하천이 넘쳐 인근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외동 동천 범람으로 인근 공단에 물이 차기도 했다.
제주에서는 오전 7시4분쯤 제주항 제2부두에 정박 중인 어선에 옮겨 타려던 선원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바다로 떨어져 실종됐다.
정전 피해도 속출했다. 부산, 울산, 제주, 여수 등에서 22만6945가구에 정전이 발생해 한국전력이 긴급 복구작업을 벌였다.
부산 15곳, 울산 23곳, 경북 14곳, 경남 3곳 등 도로 55곳이 침수돼 한때 통제됐다. 항공편과 여객선도 결항됐다. 제주 김해 인천 김포 등 전국 각지의 공항에서 항공기 120편이 결항했고 여객선도 일본행 국제선 4개 항로와 국내선 63개 항로에 96척의 발이 묶였다.
부산시교육청은 이날 유치원과 초등·중학교의 임시휴업을 결정했고 고교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휴업하거나 등교시간을 조정했다.
경주시 서천 둔치에 세워둔 차량 37대와 제주시 한천 인근 주차장이 있던 차량들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잠기는 등 곳곳에서 차량침수도 잇따랐다. 부산에서는 준공한 지 3년도 안 된 방파제들이 붕괴되면서 공사 자체가 부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라동철 선임기자,
울산=조원일기자, 제주=주미령 기자, 그래픽=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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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124㎜ 물폭탄… 22만가구 정전·KTX 한때 결행
입력 2016-10-06 00:01 수정 2016-10-06 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