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특검’ 충돌… 검찰 못믿어 vs 정치공세 저지

입력 2016-10-06 00:04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 등 야3당 원내수석부대표가 5일 오후 국회 의안과에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에 대한 특검검사 수사 요구안'을 제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 박 원내수석부대표, 이정미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 이동희 기자

야3당이 농민 백남기씨 사망사고 특검 수사요구안을 제출하면서 여야가 국정감사장 밖에서 또다시 충돌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이후 여야 정쟁의 새로운 뇌관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제2의 김재수 사태’ 되나

야3당은 5일 공동으로 특검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백씨가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진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그동안 검찰이 중간발표 한 번 하지 않는 등 수사가 미흡했고, 수사 공정성도 신뢰할 수 없어 특검을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검찰의 수사 속도를 보면 다른 사건에 비해 상당히 불공정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박성재 서울고검장에게 ‘교통사고로 입원해 317일 만에 병원에서 사망하면 교통사고사냐, 병사냐’고 묻자 박 고검장이 ‘교통사고사’라고 답변했다”며 “이것이 국민의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은 이번 특검을 ‘상설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요구했다. 새누리당이 여야 합의로 만든 상설특검 요구를 끝까지 반대하긴 어렵다는 계산이다. 정의당 이정미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안 해석에 따라) 법제사법위원회 의결 없이 본회의로 직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특검 요구안도 일반 안건이므로 법사위 의결을 거쳐야 본회의에 회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특검 추진을 ‘거야(巨野)의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적극 방어에 나섰다. 백씨 사망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부검은 거부한 채 특검을 도입하자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여당 내에선 당 소속 권성동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에서 안건조정위원회 구성 요구 등을 통해 특검 수사요구안을 묶어두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진태 의원은 “야당이 (특검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자는 것밖에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 당시와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야 협의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특검 수사요구안을 직권상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중립성 훼손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는 정 의장이 또 그런 일을 하겠느냐”며 “그럴 경우 또 국회 파행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더민주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의학계도 서울대병원 사인 판정을 부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이 특검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며 “끝까지 싸워 특검을 관철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날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야당은 백씨 부검 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부장판사를 국감장에 증인으로 부르자고 주장했으나 증인 채택은 무산됐다. 강형주 서울중앙지법원장은 ‘백씨 부검 영장에 붙은 제한조건이 (부검 집행의) 의무 규정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의협 “심폐정지 死因될 수 없어”

야권의 특검 실력행사는 서울대병원이 백씨 사인을 ‘병사’로 기재한 것이 유족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기폭제가 됐다. 사인 논란은 서울대 의대 총동문회와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손명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등이 ‘외인사’ 의견을 내면서 파장이 확대됐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이날 ‘진단서 등 작성·교부지침’ 최신판을 근거로 “심폐정지는 절대로 사망원인이 될 수 없다. 사망의 종류는 직접적인 사인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선행 사인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서울대병원이 작성한 사망진단서와 전면 배치되는 의견을 내놨다.








최승욱 김경택 김현길 기자 applesu@kmib.co.kr, 사진=이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