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기업이라도 성장성에 따라 코스닥 상장이 가능해진다. 안정된 기업만 들어가도록 허용되는 현 주식시장을 보다 역동적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5일 오후 새 상장·공모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시장에 자율성을 더 부과하는 대신 환매청구권(풋백옵션)으로 상장 주관사와 기관투자가들의 책임 역시 균형을 맞추는 게 골자다.
국내 증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에 엄격한 재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장 이후에 오히려 성장이 더뎌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코스닥 상장기업 248개사의 상장 뒤 3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이 15.5%에서 11.5%로, 다시 9.8%로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평균 주가상승률도 -15%로 극히 저조했다. 금융위는 현재 기술평가로 상장이 가능케 한 특례상장제도 바이오 분야에 편중되는 등 한계점이 드러나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이른바 ‘테슬라 요건’이 신설된다. 과거 미국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자본력이 충분치 않았음에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0년 창업 7년 만에 나스닥에 상장한 사례를 모범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우선 적자 기업이라도 공모가 산정에서 시가총액이 5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되면 일반상장이 허용된다. 단 직전 매출액 30억원 이상, 직전 2년 평균 매출증가율 20% 이상이거나 공모 뒤 PBR(주당순자산가치 대비 공모가)이 200% 이상이어야 한다. 상장 주선인 추천에 따른 성장성 특례상장에는 별도로 성장성 평가 기준이 새로 적용된다. 상장 주관사는 기존 절차와 신설된 제도 중에서 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상장 요건을 완화하는 만큼 시장 신뢰가 하락할 우려도 있다. 금융위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새 일반상장제의 경우 상장 주관사가 상장 뒤 3개월 이상 일반 청약자에게 풋백옵션을 부여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특례상장제에서는 상장 뒤 6개월간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풋백옵션이 부여된다. 주가가 10% 이상 하락하면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가 주식을 되사야 하는 제도다. 과거 3년간 상장을 주선한 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 폐지되는 등 부실기업으로 평가받으면 상장 주관사에 1년간 특례상장 추천이 제한된다. 증권사에 권한을 준 만큼 책임을 묻는 셈이다.
공모제 역시 자율성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편된다. 희망공모가격 산정 근거를 증권신고서에 기재할지를 상장 주관사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수요 예측에서도 현재 50억원 미만 소규모 IPO(기업공개)에만 허용되는 경매 방식이나 단일 가격 방식을 일반적으로 허용하는 등 주관사의 자율성이 확대된다.
증권가 반응은 엇갈린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기업들에는 상장 기회가 확대되고, 시장이 더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풋백옵션 때문에 금융투자사들이 보다 신중하게 상장이나 공모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방향성 자체는 인정하지만 이번 개선안이 실효성 있을지 의심스럽다”면서 “보여주기식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평가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될성부른 ‘적자 기업’ 상장 길 터준다
입력 2016-10-06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