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대표부 고위 간부가 최근 탈북한 것으로 5일 전해졌다. 김정은 정권이 핵·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동시에 태영호 주영 공사를 비롯해 북한 체제에 등을 돌리는 엘리트가 속출하면서 체제 불안정 역시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 소식통 등에 따르면 북한 보건성 출신인 이 간부는 지난달 말쯤 가족과 함께 탈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그 가족 전용 의료시설인 평양 봉화진료소, 간부용 시설인 남산병원, 적십자병원을 담당하는 보건성 1국 출신으로 전해졌다. 이 간부가 한국행을 희망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현재 확인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다른 당국자도 “아직 확인된 건 없다”면서 “유관 부처와 해당 보도의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했다. 다만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탈북이) 사실이라면 북한 정권의 최측근이 탈북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도 크게 주목하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 북한 간부가 일본행을 바라고 있다는 설도 제기됐으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북한인이 주중 일본대사관과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번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북한 주민들을 향한 ‘탈북 권유’ 발언과 맞물려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국군의 날 기념사를 통해 “북한 주민들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놓을 것”이라며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 바란다”고 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열린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서도 ‘북한 자멸론’을 거듭 설파했다. 그러면서 “북한 핵의 위협이 사라지고 평화통일의 문이 열리면 한반도에 사는 우리들뿐 아니라 재외동포 여러분과 세계 각국에도 새로운 행복과 번영의 기회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이 앞으로 ‘강성대국’을 노골적으로 지향할수록 역으로 북한 당국 간부, 주민들의 탈북 추세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체제의 불안정이 심화되면서 대남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내부에 쌓인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무력도발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군 당국도 북한의 국지도발이 언제든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은 주체가 불분명하거나 의도 파악이 제한돼 자기들의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그런 유형의 국지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교관이나 정부 인사의 망명이 이어지는 건 북한 체제에 모순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당장 붕괴 상황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체제에 위해가 되는 요소, 균열 조짐이 확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이슈분석] 北이 흔들린다… 이번엔 베이징 북한대표부 간부 가족 탈북
입력 2016-10-06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