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이후 클래식계는 강력한 후폭풍을 맞고 있다. 티켓 가격이 선물 상한액인 5만원을 넘어서는 공연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기업 협찬이 축소되면서 클래식 공연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제작비가 많이 드는 유명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은 급감할 전망이다. 올가을 10개나 되는 유명 오케스트라의 내한 러시는 클래식 시장 침체기를 앞두고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빛나던 시기로 기억될 전망이다(표 참조).
우선 10월 10일 이반 피셔가 지휘하는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포문을 연다. 헝가리 출신의 피셔는 ‘동유럽의 카라얀’으로 불리는 거장으로 국내에도 팬이 많다. 지난해 로얄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했지만 자신의 분신같은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는 6년 만이다. 그는 1983년 이 오케스트라를 창설해 30년 넘게 음악감독 자리를 지키며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10월 26∼27일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가 지휘하는 밤베르크 교향악단 공연은 올초부터 주목을 받아 왔다. 브루크너 전문가로 추앙받는 89세 노장 블롬슈테트와 ‘오케스트라 강국’ 독일의 최상급 오케스트라 가운데 하나인 밤베르크 교향악단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기 때문이다.
11월 1∼2일 정명훈이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국내에서 처음 만나는 조합이다. 따로 수식어가 필요없는 빈 필은 1995년부터 정명훈과 종종 호흡을 맞춰 왔으며 여러 장의 음반을 내기도 했다. 빈 필의 모체인 빈 슈타츠오퍼가 2014년 상임 감독의 갑작스런 사퇴로 비상사태에 돌입했을 때 구원투수로 나선 이가 바로 정명훈이다.
파리 오케스트라는 11월 16일 한국 팬과 만난다. 이번 내한은 지난 9월부터 새 음악감독이 된 다니엘 하딩과 함께다. 10대 시절부터 영국 클래식의 미래로 꼽힌 하딩은 클라우디오 아바도, 사이먼 래틀 등 거장들의 강력한 지원 아래 현재 클래식계의 기린아다.
11월 10일 마이클 틸슨 토머스가 이끄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공연도 놓치기 어렵다. 이 오케스트라는 1995년 토마스가 상임지휘자로 온 이후 12번의 그래미상을 수상할 정도로 클래식계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다. 토마스는 미국에서 레너드 번스타인 이후 대중에게 가장 흥미로운 스승으로 불린다.
일본 최초의 전문 오케스트라인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데이비드 진먼과 함께 11월 13일 내한공연을 펼친다. 이 오케스트라는 최근 정명훈이 명예음악감독을 맡은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일본 정상을 다투고 있다. 이번 내한공연은 지난해 에코 클래식에서 ‘올해의 지휘자’상을 수상한 진먼이 함께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끝으로 12월 4∼5일 마리스 얀손스가 지휘하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은 최근 ‘김영란 티켓’의 사례로 화제를 모았다. 기획사 빈체로가 2,3층을 C석으로 통일하고 2만5000원에 티켓을 오픈했기 때문이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은 카라얀과 므라빈스키라는 전설적 두 거장의 부지휘자 출신인 얀손스가 2003년 상임 지휘자가 된 이후 황금기를 구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유명 오케스트라 내한 풍년… 내년엔 김영란법 보릿고개?
입력 2016-10-06 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