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스펠 매지션 마술로 복음 전합니다”

입력 2016-10-06 20:58
가스펠 매지션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열(왼쪽)과 정민우가 지난 4일 서울 도봉구에 있는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두 사람은 “하나님 말씀을 마술로 전하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김보연 인턴기자

마술사는 마술 시연을 부탁하는 취재진 요청에 로프 3개를 꺼냈다. 30㎝ 가까이 되는 로프도 있었지만 짧은 건 10㎝도 안됐다. 마술사는 로프 3개를 모두 집어든 뒤 말문을 열었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긴 로프처럼 키가 크고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 있고, 짧은 로프처럼 볼품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중간 길이 로프처럼 자신이 너무 평범해서 불만인 사람도 있죠. 하지만 하나님 보시기에는 다르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다 똑같은 주님의 자녀입니다.”

이 말이 끝나자 마술사가 쥔 로프 3개의 길이는 같아져 있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마술은 계속됐다. “우리는 믿음의 길이가 더 길어지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할 때는 로프 1개의 길이가 다시 늘어나 있었다. 탄성을 자아내는 실력이었다.

마술을 선보인 주인공은 가스펠 매지션(Gospel Magician) 한열(34). 그는 문화선교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가스펠 매직 분야에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역자 중 한 명이다.

지난 4일 서울 도봉구에 있는 한열의 작업실을 찾았다. 인터뷰 자리에는 또 다른 가스펠 매지션 정민우(35)도 동석했다. 먼저 가스펠 매직의 매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두 사람은 “다른 문화공연보다 관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마술을 활용하면 더 실감나게 복음을 전할 수 있어요. 가령 물을 포도주로 바꾼 성경 속 이야기를 마술을 통해 눈앞에서 보여드리면 많은 사람이 좋아합니다. 이야기에 담긴 메시지도 더 쉽게 전달할 수 있어요. 아이들만 좋아할 것으로 생각하시겠지만 어른들이 더 관심을 보입니다.”(한열)

“마술 공연은 여타 문화공연보다 임팩트가 훨씬 강해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서든 관심을 끌 수 있는 게 마술입니다. 가스펠 매직은 일반 마술보다 메시지가 더 중요해요. 성경의 뜻을 전하는 게 가스펠 매직이기 때문이죠. 저는 마술사보다는 사역자로 불리고 싶습니다.”(정민우)

한열은 강원도 강릉 출신으로 관동대 호텔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스물한 살 때 취미로 마술을 배웠다. 그는 금세 마술의 매력에 빠졌고 스물다섯 살 때 서울로 상경해 가스펠 매직팀 ‘크리스천 가스펠 매직(CGM)’에 들어갔다. 한열은 이곳에서 2년 넘게 활동하며 실력을 다졌다.

정민우는 원래 찬양사역자였다. 마술에 입문한 계기는 특이했다. 2001년 찬양사역자 신분으로 서울의 한 교회 여름성경학교에서 공연을 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뛰놀아서 공연은 엉망이 됐다. 정민우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재밌게 예배를 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가스펠 매직을 알게 됐다.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마술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가스펠 매직이 일반 마술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마술을 통해 복음의 메시지를 전하는 내용적 측면 외에도 가스펠 매직은 일반 마술과 다른 점이 많았다.

“일반 마술에서는 마술사들이 갖가지 눈속임 기술을 자신의 초능력이라고 소개하곤 합니다. 하지만 가스펠 매지션은 달라요. 주님이 행한 기적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전하면서도 ‘이건 마술일 뿐이다. 트릭이다’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저희가 하는 건 초능력도, 기적도 아니니까요.”(한열)

“신체가 분리되거나 누군가를 칼로 찌르는 공연은 가급적 하지 않습니다. 교회의 정서와 맞지 않기 때문이죠. 원하는 교회가 간혹 있는데, 그런 곳에서만 이런 마술을 선보입니다.”(정민우)

한열과 정민우는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마술에 뮤지컬을 접목한 매지컬을 통해 새로운 문화사역을 전개하고 싶다는 것. 두 젊은이의 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글=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