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쌀 풍년 대책이 나왔다. 매년 단기 수급안정 방안과 중장기 대책이 발표되지만 반짝 효과뿐이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5일 쌀값 안정을 위한 협의를 열고 약 35만t으로 예상되는 쌀 생산 초과량 전체를 연내에 수매키로 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방안 마련은 또 다시 내년으로 미뤄졌다.
현재 쌀값은 80㎏ 한 가마니에 13만3436원(9월 25일 기준가)으로 전년 동기(15만9196원) 대비 16.2% 낮은 상황이다. 전남 영광에서 벼농사를 짓는 오모(54)씨는 지난해 조곡(날벼) 40㎏ 한 포대를 농협에 4만5000원 정도에 판매했지만 올해는 3만300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오씨는 4만평 땅에서 조곡 2000포대를 생산하는데 판매 소득만 2400만원 정도 줄게 된 것이다.
정부로부터 쌀소득보전직불금을 받아 쌀값 하락에 따른 소득 감소분을 일부 충당할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 오씨 사례처럼 농심(農心)이 심상치 않자 정부와 여당이 서둘러 단기 수급안정책을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두 차례에 걸쳐 초과 생산량 34만t을 정부가 사들여 가격 폭락을 막았는데, 이번에는 한 번에 사들이기로 했다. 정부가 공공비축 용도로 매입할 때 우선 농민에게 지급하는 우선지급금도 1등급 벼 40㎏ 기준으로 4만5000원이 책정됐는데 올해 가격 추이를 봐서 이달 중 소폭 올릴 계획이다. 여당은 지난해 수준인 5만2000원으로 당장 올릴 것을 강력 요구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인상 시기를 조금 늦췄다.
풍년은 4년째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2월 중장기 쌀 수급안정 방안을 내놨다. 이 방안에 따르면 올해 쌀 재고량을 134만t 수준으로 낮추고, 벼 재배면적을 3만㏊ 줄여야 했다. 그러나 쌀 재고량은 175만t에 이르고, 재배면적도 2만㏊ 정도 줄어드는 데 그쳤다. 2011∼2013년 시행됐던 생산조정제를 재도입하는 방안도 올해 도입 여부를 결정키로 했지만 말뿐이었다. 쌀직불금 제도 개선 방안은 또 다시 내년으로 미뤄졌다. 지난달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와 협의 없이 여당에서 주장한 농업진흥지역 해제 방안 마련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처럼 농지를 지키면서 생산을 줄이거나 다른 작물 재배를 유도하는 쌀생산조정제와 직불금 제도 개선 방안이 동시에 마련돼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2011∼2013년 시행 당시 논을 밭으로 전환한 농가에 ㏊당 3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쌀고정직불금도 동시에 지급돼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직불금을 줄이려는 정부 시도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뤄지기 쉽지 않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만이 단기간에 가장 효과적인 해결 방안이지만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래저래 뾰족한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윤성민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쌀값 폭락’ 해법 없는 정부… 農心은 숯덩이
입력 2016-10-06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