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물류대란 ‘코앞’… 대책보다 경고만 하는 정부

입력 2016-10-06 04:01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5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화물연대 총파업을 알리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화물연대는 국토교통부에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철회를 요구하면서 10일 전면 총파업에 들어간다.김지훈 기자
철도와 화물연대 파업으로 최악의 물류대란이 우려되고 있지만 정부는 대책 없이 노조만 압박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오는 10일 0시 집단운송을 거부하겠다며 전면 총파업을 예고한 5일에도 정부는 오락가락했다. 국토교통부는 화물연대 파업이 운송 차질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국가 경제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조직률 3% 수준만 강조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운송 차질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화물차 운전자(44만명) 중 화물연대 조합원은 약 1만4000명으로 3%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수출입 컨테이너 운송차량(2만1000여대)만 놓고 보면 3분의 1인 7000여대 운전자가 화물연대 소속이다. 컨테이너 운송의 92.4%를 화물차가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운송을 거부할 경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물류대란 우려는 지난달 27일 철도파업이 시작된 뒤 꾸준히 제기됐다. 여객 수송은 100%를 유지하면서 화물열차 운행을 30% 수준으로 줄이고, 부족한 부분은 도로 운송으로 메우겠다고 했다. 국내 화물 중 철도운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장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었다.

화물연대 파업이 최대 규모였던 2008년 당시 고유가로 인한 운송료 현실화, 표준운임제 도입, 다단계 개선 등을 요구하며 참여율이 최고 71.8%에 달했다. 7일간 이어진 파업에 비노조원까지 참여하면서 당시 수출입화물 수송 차질로 입은 피해 규모는 약 73억 달러에 달했다.

2003년에도 경유가 인상분 보조 등 12개 사항을 정부에 요구하며 두 차례에 걸쳐 집단행동에 들어갔고 수출입 화물 수송차질 등으로 약 11억 달러 규모의 피해를 봤다. 2012년에도 노동기본권 보장, 표준운임제 도입, 운송료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닷새간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내수 출하와 수출입 차질로 2억2000만 달러가량 피해를 봤다. 상황은 심각한데 정부는 여전히 특별한 대책 없이 파업에 들어간 철도와 화물연대 노조에 경고만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토부 최정호 차관은 철도파업에 이어 화물연대 파업을 우려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같이 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화물연대가 정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는 쓸 수 있겠지만 철도파업으로 일감이 늘어난 상황에서 하겠느냐”는 안일한 답변을 내놨다.

업계에선 정부의 무대책이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는 듯하다”면서 “철도의 경우 여객 운송 100%를 유지하고 있는데 70% 정도로 줄이고 그 인력을 화물로 돌리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물류업자들은 울상

“코레일도 갑, 화주도 갑, 트레일러 운전자도 갑입니다.”

육상발 물류대란이 가시화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물류업자들은 한숨만 쉬고 있다. 이들은 화주의 물건을 받아 철도나 트레일러로 부산항이나 광양항에 물건을 보내고 있다.

이미 철도파업으로 코레일이 평상시에 비해 40% 수준의 화물열차만 운행하면서 물류업체는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의 설명대로 물류업체들은 도로 운송을 선택했지만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한 물류업체 대표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40피트급 컨테이너를 운송할 경우 철도와 도로 모두 45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면서 “철도파업으로 육상 운송을 위해 트레일러를 수배하고는 있지만 수요가 모자라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최근엔 70만원까지 올랐다”고 했다.

문제는 해당 비용을 물류업체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레일 측은 “물류업체, 화주와의 계약에 상호면책이라는 조항이 있다”면서 “사전에 파업 등의 사항을 알리게 될 경우 추가 비용은 코레일이 책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주도 마찬가지다. 이미 물류업체에 운송을 위임한 사항이라 이후 발생한 추가 비용은 물류업체가 책임져야 한다.

여기에 화물연대까지 파업에 동참할 경우 수출입 물류의 발이 묶일 수밖에 없다. 물류업체 관계자는 “화주 중 삼성전자도 있다. 해외에 수출하기 위한 부품들”이라며 “철도파업 이후 운송수단을 트레일러로 바꿨는데 화물연대까지 파업하게 된다면 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