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닉 나이트(58)는 패션사진 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사진과 디지털 그래픽 기술을 결합시킨 작업으로 사진작가보다는 포토그래퍼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린다. 1980년대부터 알렉산더 맥퀸, 크리스찬 디올, 입생 로랑, 레이디 가가, 케이트 모스, 보그 등 패션디자이너 및 매거진과 협업하면서 ‘패션필름’이라는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했다.
2000년 설립한 웹사이트 쇼스튜디오(SHOWstudio)를 통해 아티스트들의 영감과 창작과정 등의 콘텐츠를 실시간 공개하며 대중적 인기도 구가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이미지 메이커’라고 칭한다. 2010년 대영제국훈장을 받은 그는 테이트 모던, 빅토리아앨버트 미술관, 사치 갤러리, 보스턴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그의 작업 전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대림미술관에서 ‘닉 나이트 사진전-거침없이, 아름답게’라는 주제로 사진과 영상 등 대표작 100여점이 전시된다. 80년대 초반 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촬영한 ‘스킨헤드’, 배우와 아티스트 등을 모델로 삼은 ‘초상사진’, 미의 가치에 대해 질문하는 ‘페인팅 & 폴리틱스’ 등이 출품됐다.
5일 전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나는 아름다움을 정의하려고 작업하는 게 아니다. 미디어에서 다루는 정형화된 아름다움의 개념을 뒤집는 일에 무척 관심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 여성이 치마를 양쪽으로 펼치고 있는 작품 ‘Tatjana Patitz for Jil Sander’(1992)의 경우 우아한 자태보다는 그 순간의 이면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패션사진이란 어떤 것인지 자신만의 관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분히 파격적이고 실험적이다. 그는 여성을 상품화의 대상으로 보여주던 패션계의 보편적인 시선에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다. 여성의 몸보다 옷의 선, 옷이 만드는 주름, 색조를 전면에 부각시켰다. 누드 사진도 있지만 그런 관점에서 보지 말라고 작가는 강조했다.
사진의 색감이나 명암을 과장되게 부각시키는 기법을 통해 파격적인 패션화보를 보여주는 전시다. 그에게 패션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아침에 옷을 입을 때 아무것이나 입지 않고 선택을 하잖아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죠. 패션은 정치적인 발언이며 각자 입는 옷을 통해 그것을 표현하는 겁니다.” 내년 3월 26일까지.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패션필름 세계적 작가의 ‘美 뒤집기’… 내한 사진전 여는 닉 나이트
입력 2016-10-06 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