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위법한 공무집행… 국가, 배상하라”

입력 2016-10-05 18:15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진상 손님’을 경찰에 신고했다가 출동한 경찰관과 오히려 시비가 붙어 현행범으로 체포됐던 식당 주인이 국가로부터 손해를 배상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김진환 판사는 경기도 부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가 경찰관 3명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38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10월 18일 밤 만취한 손님들이 자신의 뺨을 때리는 등 행패를 부리자 경찰에 신고했다. 지구대 경찰관 3명이 현장에 출동해 A씨와 손님들을 중재하려 했지만 시비가 계속됐고, 이 와중에 현장 대처 방식을 놓고 A씨와 경찰관 B씨 사이에도 언쟁이 벌어졌다. 급기야 A씨가 휴대전화로 경찰관들의 모습을 촬영하려 하자 B씨가 제지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함께 넘어졌다. 다른 경찰관들은 A씨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고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씨는 재판에까지 넘겨졌지만 무죄 판결을 받았다. 현장에 있던 손님이 A씨가 경찰관을 폭행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됐다.

이후 A씨가 낸 민사소송에서도 법원은 경찰의 위법한 공무집행에 따른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김 판사는 “경찰관들이 ‘미란다 원칙’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채 A씨를 체포해 위법한 공무집행을 했다. A씨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별 경찰관의 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김 판사는 “B씨 등이 흥분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잘못된 판단 때문에 현행범 체포 요건이 충족됐다고 섣불리 단정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경과실에 그쳐 불법행위 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