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5돌을 맞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올 상반기 극우단체 어버이연합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 비판받았던 전경련이 이번에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출연금 모금 파문으로 조직 해체 요구까지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경련을 즉각 해체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는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경련은 국회 국정감사 초반인 5일 현재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되고 있다. 이날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권력의 대기업 상대 강제 모금으로 탄생한 것이 미르·K스포츠재단이고 자금책인 전경련은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전경련 해체 주장이 정치권과 진보 진영뿐 아니라 보수 진영에서도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은 4일 진보 성향의 경제개혁연대와 공동성명을 통해 “국민경제 발전에 역행하는 전경련은 존립 근거를 잃었으므로 회원사들이 결단을 내려 전경련을 해산할 것을 권고한다”고 촉구했다. 일부 회원사들의 탈퇴 움직임도 감지된다. 4일 정무위 국감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전경련 탈퇴를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전경련이 동네북이 된 것은 구태에 젖어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5·16 군사쿠데타 이후 정권의 필요에 의해 탄생돼 각종 정치모금과 대기업 특혜의 창구가 된 전경련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여전히 구태를 못 버린 탓에 잇단 구설에 오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재계에선 즉각적인 전경련 해체는 성급하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모 그룹 관계자 A씨는 “기업이나 그룹들이 자체적으로 정치권, 정부 등에 규제완화 등 각종 건의를 하기 쉽지 않은데 전경련은 그런 창구 역할을 하곤 한다”며 “워낙 욕을 많이 먹어 기업들도 부담이지만 전경련은 필요악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 투명한 자금운용,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단체로의 변신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모 그룹 부장 B씨는 “전경련은 진보 성향의 국민의정부 때는 정권의 빅딜 조치에 적극 호응하는 등 보수단체라기보다는 정권의 입장을 좇는 존재였다”며 “정치권에 대한 독립장치 등이 없으면 제2, 제3의 미르재단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4대그룹 계열사 임원인 C씨는 유사한 성격인 전경련과 대한상공회의소 간 합병이나 합리적 싱크탱크로의 발전을 주문했다. 그는 “국민의 신망을 얻기 위해 전경련이 경제단체 외에 학자, 언론계 인사까지 포용하면서 건전한 연구단체 중심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전경련, 시대 변화 못따라가 존립 ‘흔들’
입력 2016-10-05 18:18 수정 2016-10-05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