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내전이 1년6개월째 이어지면서 어린이 37만명이 극심한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4일(현지시간) 유엔아동기금(UNICEF)을 인용해 예멘 국민 약 300만명이 식량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어린이 150만명이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중 37만명은 면역력이 약화되는 등 심각한 기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티븐 오브라이언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사무국장은 예멘의 항구도시 호데이다의 한 병원을 방문해 “영양실조로 비쩍 마른 아이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병원 한쪽의 대기실에는 부모들이 죽어가는 아이를 지켜보며 슬퍼했다.
예멘의 기아 문제는 최근 몇 달 새 급격히 악화됐다. 식량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예멘에서 수입물량의 80%가 호데이다로 들어온다. 그러나 예멘 정부와 동맹을 맺은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아랍연합군이 호데이다의 수로를 모두 봉쇄했다. 설상가상으로 반군의 돈줄을 막기 위해 정부가 수도 사나에 있던 중앙은행을 남부 항구도시 아덴으로 옮기면서 현금과 식량 부족이 심해졌다. 빈민구호단체 옥스팜의 리처드 스턴포스 인도주의정책자문관은 “중앙은행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해 국민이 생명을 위협받는다”고 비난했다.
예멘 내전은 사우디, 이란 등이 개입하면서 복잡하게 변질됐다. 아랍연합군 공격은 예멘의 국가 인프라를 심각하게 훼손했고, 1만1000명의 사상자를 냈다. 오브라이언 국장은 “국제사회의 도움이 없다면 예멘은 기아로 파국을 맞이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잊혀진 전쟁’ 예멘 내전… 아동 37만명 아사 위기
입력 2016-10-05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