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무원시험 합격자 명단이 발표 하루 전날 유출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무 부처인 인사혁신처는 4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5급 공채 제2차 시험 합격자 명단을 5일 오전 9시 국가사이버센터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4일 오후 5시40분 합격자 명단이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유포되자 오후 6시44분 부랴부랴 명단을 공개했다.
공무원시험 준비생이 정부서울청사 사무실에까지 침입해 시험 성적과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사건이 불거진 지 5개월여 만에 공무원시험 관리에 또 허점이 노출된 것이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겠지만 더 큰 문제는 명단 유출 후 인사처의 태도다. 인사처는 명단을 공개한 후 3시간13분이 흐른 오후 9시57분에야 그 사실을 알리는 이메일을 출입기자들에게 발송했다. ‘5일 오전 9시 명단 공개’를 예고하는 기사들이 낮 12시부터 온라인에 올라가 있었지만 바뀐 사실을 적극적으로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보도자료를 보내면 문자메시지로 알려주는 관행은 이번에는 생략됐다. 결국 이메일을 확인하지 못한 대부분의 언론사는 오보를 내고 말았다. 유출 명단을 우연히 접한 수험생과 그렇지 못한 수험생 간 정보 비대칭도 발생했다.
이 일로 인사처에 대한 신뢰에 흠집이 갔다. 자신의 허물을 감추는 데 급급해 잘못된 정보가 떠돌아다니는 걸 알면서도 방치했다는 비판을 자초한 것이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 구조 과정의 문제점을 규명할 수도 있는 핵심 자료 공개를 끝까지 거부하며 책임회피에만 급급해 온 해경도 그런 사례다. 청와대 ‘수석’ 공무원도 자기 허물을 문제 삼는 특별감찰관을 ‘국기문란’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들이대 찍어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니 인사처의 꼼수를 질책하는 게 부질없는 짓일지도 모르겠다.
라동철 사회2부 선임기자 rdchul@kmib.co.kr
[현장기자-라동철] ‘꼼수’로 신뢰 잃은 인사혁신처
입력 2016-10-06 00:04 수정 2016-10-06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