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부상에서 회복돼 음반을 낸 것은 제겐 기적입니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8·사진)가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3곡)와 파르티타(3곡) 전곡 연주 음반을 내놓았다. 2001년 사이먼 래틀 지휘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Op.77을 녹음한 이후 15년 만이다. 그는 2005년 갑작스러운 왼쪽 검지 부상 때문에 은퇴했다가 기적적으로 회복돼 2010년 아슈케나지가 이끄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복귀한 바 있다.
5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1961년 13세 때 미국으로 유학가 이 곡들을 처음 배운 이후 평생 마음속에서 놓은 적이 없다. 젊었을 때인 74년 일부를 녹음한 적이 있지만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했다. 손가락 부상에서 나은 후 이 곡들을 계속 연습했다”면서 “2013년 중국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열린 리사이틀에서 바흐의 파르티타 2번을 연주했을 때 관객들이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실행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음반 발매를 기념해 오는 11월 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한국 외에 중국 일본 영국 미국 등에서 투어 연주회가 예정돼 있다. 그런데 당초 10월 말 예정이었던 영국 공연이 손가락 통증 때문에 내년 5월로 미뤄지면서 다시 그의 건강문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음반 녹음 중 과거 다쳤던 손가락에 통증이 와서 진통제를 계속 먹었다. 인대에 염증이 조금 생겼지만 회복 중”이라면서 “욕심을 더 많이 내고 싶지만 피로하면 안 된다고 해서 조심하고 있는 상태로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끄떡없다”고 말했다.
바흐가 1720년 작곡한 무반주 바이올린 전곡은 ‘바이올린의 경전’으로 꼽힐 만큼 세계 클래식계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연주시간만 2시간20분이 걸리는데 고도의 테크닉과 깊이 있는 해석이 요구된다. 그는 “바흐의 음악이 가진 어마어마한 힘과 신비함은 그 무엇으로도 비교할 수 없다. 내 음악 여정에서 영원한 탐구과제였던 바흐를 녹음한 것도 기쁜 데다 음반 녹음이 내가 했나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바흐의 영혼 속으로 들어가 그 감정을 관중에게 전달하는 것만큼 흥분되는 일은 없다. 무대 조명이 꺼지면 탈진해 쓰러지더라도 관객과 만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고 기쁘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정경화,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파르티타 전곡’ 발매… “손가락 부상서 회복돼 음반 낸건 내게 기적”
입력 2016-10-05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