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구글 ‘스마트폰 충돌’ 가능성

입력 2016-10-06 00:00
구글의 사브리나 엘리스 제품관리 총책임자가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스마트폰 신제품 ‘픽셀’ 공개행사에서 기기의 특성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AP뉴시스

구글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애플 아이폰7을 직접 겨냥하고 나섰지만 정작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과 시장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글은 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메이드 바이 구글’ 행사를 열고 스마트폰 ‘픽셀’, 무선스피커 ‘구글 홈’, 가상현실(VR) 기기 ‘데이드림 뷰’, 무선인터넷 확장 도구 ‘구글 와이파이’, 고화질 스트리밍 기기 ‘크롬캐스트 울트라’ 등 5가지 신제품을 공개했다. 그중 가장 이목이 집중된 건 스마트폰 픽셀이었다.

픽셀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구글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까지 한다. 제조만 HTC에 맡겼다. 픽셀의 등장은 스마트폰 시장을 접근하는 전략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구글은 픽셀의 등장과 함께 넥서스는 단종시키기로 했다.

구글은 픽셀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라고 공언했다. 릭 오스텔로 구글 하드웨어 책임자는 미국 IT매체 리코드와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이 픽셀을 아이폰 앞에 당당히 내세우게 될 것”이라면서 “구글 사용자에게 픽셀이 최고의 폰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구글은 아이폰에서 픽셀로 한 번에 데이터를 옮길 수 있는 ‘퀵 스위치 어댑터’도 선보였다. 스티브 잡스 기일(10월 5일) 하루 전에 신제품을 발표한 것도 애플을 자극하려는 의도란 해석이 나온다. 픽셀은 화면 크기가 5인치인 픽셀, 5.5인치인 픽셀XL 두 종류로 나온다. 외관은 알루미늄 유니바디 디자인이다. 가격도 픽셀 32GB가 649달러로 아이폰7 32GB와 같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안드로이드 진영에선 그동안 삼성전자가 ‘갤럭시 대 아이폰’ 구도를 만들며 유일하게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구글이 프리미엄 시장에 들어오면 OS 이동 부담 때문에 아이폰보다는 갤럭시에서 픽셀로 이동하는 이용자가 더 많을 수 있다.

협력 관계인 제조사를 자극할 위험을 무릅쓰고 구글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건 신기술을 빨리 시장에 안착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새로운 OS 업데이트, 인공지능(AI) 관련 신기술 등을 스마트폰에 적용했을 때 프리미엄 폰 사용자들의 피드백이 보급형 사용자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안드로이드 ‘파편화’로 애를 먹었던 구글이 새로운 전략을 택한 것이다.

픽셀에는 스마트폰 최초로 구글의 AI 비서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가 적용된다. 애플 시리와 비슷한 서비스다. 구글은 우선 픽셀에서 자리를 잡게 한 뒤 2017년쯤 다른 제조사 스마트폰에도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토록 할 예정이다.

구글은 이날 행사를 통해 모바일 퍼스트 시대가 AI 퍼스트로 바뀌고 있다고 선언했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10년은 어디에서나 컴퓨팅을 할 수 있게 되는 AI 우선 시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