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없이 대화하자” 차이잉원 대만 총통 시진핑에 공개 제안

입력 2016-10-05 18:03

차이잉원(사진) 대만 총통이 “중국은 대만을 굴복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라는 중국의 압박 속에서도 갈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다시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차이 총통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현재 상황을 잘못 해석하거나 판단하지 말라”며 “대만 사람이 중국의 압력에 굴복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5월 차이 정부 출범 이후 대만 관광을 제한하고, 국제무대에서 대만의 외교적 고립을 강화하고 있다. 차이 총통은 “대만인 모두 중국의 압박을 느낀다”면서도 “하지만 대만에서 어떤 정부도 민의에 반하는 결정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WSJ는 1시간 넘는 인터뷰 동안 차이 총통이 ‘하나의 중국’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키로 한 합의)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차이 총통은 다만 이전 정권과 중국의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현상유지론’을 언급하며 “시 주석과 어떤 전제조건도 없는 대화를 제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의미 있는 대화를 하기 전에 정치적 전제조건을 설정해 왔다”면서 “하지만 이는 양안관계 발전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이 총통은 이와 함께 “대만은 대중국 경제의존도를 줄일 계획을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진당 창당 30주년을 맞아 지난달 28일 당원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도 “건강하고 정상적인 경제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탈중국’ 노선을 천명했다.

한편 대선 이후 미국과의 관계에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되든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되든 대만의 가장 중요한 안보동반자로서 미국과의 관계는 굳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는 “대만은 이해당사국으로서 협상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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