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주 감전사 잇따라 황새 야생방사 중단”…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선언

입력 2016-10-05 21:03
박시룡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장이 5일 한국교원대학교에서 황새 야생방사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충남 예산에서 방사한 황새 두 마리가 최근 2개월 만에 잇따라 전신주에 의해 감전사 당하자 한반도 황새복원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원구원(원장 박시룡)이 급기야 야생방사를 중단키로 했다.

황새생태연구원 박시룡 원장은 5일 교원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신주가 많은 우리나라는 전국이 지뢰밭이나 마찬가지”라며 “황새를 방사할 경우 남아 있는 황새도 감전사할 우려가 있어 방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황새를 방사하는 것은 살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황새에게 더 이상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박 원장은 “정부와 한전 등은 예산 황새공원 주변의 전신주를 땅에 묻거나 전신주 위에 인공 둥지를 설치하는 등 전신주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며 “황새가 안정적으로 서식할 수 있는 생태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황새 방사를 중단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새생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에 방사한 황새 ‘민황’이는 지난 1일 오후 2시쯤 예산군 황새공원 앞 광시면 대리 마을 전주에 내려앉다 날개가 걸려 감전사했다. 황새는 날개가 길어 전신주에 내려앉을 때 다리와 날개가 두 개 선로에 닿아 죽은 것으로 보인다. 민황이는 지난 5월 한반도에서 45년 만에 자연부화로 태어난 황새의 어미다.

앞서 지난 8월 황새 ‘태황’이가 광시면 가덕리 농경지 주변에서 감전사하는 등 연이은 황새 감전사로 자연방사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황새 ‘산황’이가 일본 가고시마현 공항에서 이·착륙하는 비행기의 기류의 영향을 받아 죽기도 했다.

천연기념물 제199호이자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된 황새는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멸종됐다. 황새생태연구원은 1996년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에 서식하던 새끼 황새 암수 한 쌍을 들여오면서 황새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충남 예산에서 황새 8마리에 대한 첫 방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4마리를 방사했다.

청주=글·사진 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