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항의’까지 검토… 與, 정세균 투쟁 2라운드

새누리당이 4일 국정감사에 복귀하는 동시에 정세균 국회의장을 겨냥한 ‘투쟁 2라운드’에도 돌입했다. 민생을 외면하는 집권여당이라는 여론의 역풍을 막으면서 정 의장에 대한 공격도 다각도로 이어가는 ‘투트랙’ 전략을 꺼내든 것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상임위원장단·간사단 연석회의에서 “국민의당이 국회의장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 국회법 개정을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더불어민주당도 이른 시일 내 관련 논의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취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 의장을 상대로 한 형사고발 등을 취하하지 않았다.

당 내부적으로는 일부 의원이 국회 본회의를 진행하는 정 의장을 향해 “사회권을 이양하라” “의장 중립을 지켜라” 등 고성으로 항의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 의장이 개정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을 어겨가면서 여야 협의를 거치지 않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는 주장도 부각시킬 방침이다.

정 의장에 대한 공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는 당 내부의 강경론이 여전히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의장 공관을 찾아가는 방식의 시위는 접더라도 최소한 정 의장의 편파적 의사진행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얘기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새누리당은 투트랙으로 간다는 것이 당론”이라며 “국회에서 의장의 중립성뿐 아니라 상임위에서 민주적 절차 파괴, 날치기 등 문제가 다시 생긴다면 언제라도 국회가 스톱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회 본회의장 앞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내건 정 의장 사퇴를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거둬들인 데 대해서도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국정감사에 복귀한 건 국민의 뜻에 따른 것이지 정 의장에 대한 투쟁을 접는다는 의미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당내 강경파 사이에선 입원 중인 이정현 대표가 전날 정 의장의 문병을 받아들인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안전행정위원장인 유재중 의원은 영화 ‘밀정’에 나오는 의열단의 항일 투쟁까지 거론하면서 “당장의 성과는 없더라도 새누리당이 의회민주주의를 위해 몸부림쳤던 것은 결국 의장의 중립성이 확실하게 자리 잡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 의장은 최근 국회 파행과 관련, “잘못했으면 못 올 뻔했다”며 “정치싸움에 말려들어 본의 아니게 곤욕을 치렀다”고 말했다. 믹타(MIKTA·5개 중견국 협의체) 국회의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호주를 방문 중인 정 의장은 이날 시드니 한 호텔에서 가진 동포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의장은 “국회에서 어떤 안이 올라오면 국회의장은 그 안건을 처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사퇴를 촉구했던 새누리당을 겨냥한 듯 “자기 마음에 든다고 처리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처리하지 않는 게 아니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