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쌍십절… 北, 또 ‘대형 도발’ 나서나

입력 2016-10-05 01:41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을 상대로 대북 압박외교를 펼치기 위해 4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윤 장관은 5∼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 및 유럽연합(EU) 관계자들과 만나 한반도 안보상황을 공유하고 대북공조를 다질 예정이다.뉴시스
지난달 29일 서해 연평도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 전술훈련에서 한국 해병대 간부가 주일 제3해병기동군 소속 미 해병대원 등에게 작전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해병대사령부 제공
북한이 노동당 창건 기념일(10월 10일·쌍십절)을 계기로 대형 도발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쌍십절뿐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 제재,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등 한반도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대형 이벤트들이 줄지어 대기 중이라 북한의 추가 핵·미사일 도발은 시점의 문제일 뿐 상수에 가깝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이 코앞으로 다가온 쌍십절 ‘축포’를 준비하는 구체적인 정황은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다만 2006년에도 쌍십절 하루 전인 10월 9일 핵실험을 단행한 전례가 있고, 올해 주요 국경일마다 크고 작은 도발을 빼놓지 않았기에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4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한 달 만에 로켓 발사를 이어갔다. 지난달 5차 핵실험 직후부터 쌍십절을 즈음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인공위성 시험발사 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던 이유다. 하지만 관련 국제기구에 사전 예고가 이뤄지지 않았고, 평안북도 동창리 위성발사대 등에 발사 준비 정황은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올 들어 시험발사를 계속하고 있는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기습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꼭 쌍십절로 한정짓지 않더라도 6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 고도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핵무력의 질적·양적 강화 조치를 계속하겠다”며 핵무장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따라 이달 말이나 늦어도 다음달 중 나올 것으로 보이는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한 반발로 연쇄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북한 관영매체 민주조선은 4일 기고글에서 “우리에게는 국가우주개발 5개년 계획이 있다”면서 “당이 제시한 우주개발 계획에 따라 우리는 광활한 우주정복에로의 활로를 더욱 힘차게 열어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올해까지 우주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20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참관 하에 이뤄졌던 로켓 엔진 분출 시험의 후속조치로 추가 로켓(위성) 발사를 감행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가 기본적으로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다음 달 치러질 미국 대선이 중요한 변곡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3일 핵무장 이유에 대해 “세계 강대국 대열에 들어가기 위해 핵무기를 가진 것이 아니라 오직 생존권을 지기키 위한 선택이며 민족 부흥의 담보”라고 강변했다. 핵무력 고도화의 이면에 ‘핵동결’ 카드를 꺼내기 위한 무력시위의 성격이 있으며, 향후 전개될지 모르는 북·미 간 평화협정의 여지를 남기는 메시지로도 풀이해볼 수 있다.

결국 10월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이뤄질 북한의 추가 도발은 기술적 목적보다는 정치적 필요와 타이밍에 의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다섯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 기술력 진보를 일정 수준 마무리 단계까지 끌어올렸고, 핵 운반수단도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완료 정도만 남았기 때문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난 9월 미·중 관계의 미묘한 틈을 타 5차 핵실험을 단행했던 것처럼 6차 핵실험은 철저한 정치적 계산 하에 미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의 대북 정책 구상이 드러날 내년 1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