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 비밀을 고급 수학의 방법론으로 파헤쳐

입력 2016-10-04 21:32 수정 2016-10-04 23:56
왼쪽부터 마이클 코스털리츠, 던컨 홀데인, 데이비드 사울리스

데이비드 J 사울리스(82) 미국 워싱턴대 명예교수 등 3명의 영국인 과학자가 올해 노벨 물리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1970, 80년대에 나온 이들의 연구 성과는 전자공학의 새 장을 열고, 향후 양자컴퓨팅 발전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4일 사울리스 교수와 던컨 홀데인(65) 프린스턴대 교수, J 마이클 코스털리츠(74) 브라운대 교수 등 3명의 고체 물리학자를 2016년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발표했다.

3명의 물리학자는 물질의 ‘위상 상전이(相轉移)’와 상태를 이론적으로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들은 물질의 특이한 상태가 왜 일어나는지 설명하기 위해 수학의 위상(Topology) 개념을 사용했다. 상전이는 물질이 외부 자극으로 서로 다른 형태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액체가 고체가 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세 사람의 등장 이전까지 상전이는 3차원상에서 주로 논의가 이뤄졌다. 그런데 사울리스와 코스털리츠는 2차원의 경우 절대 영도(-273℃)에서 상전이가 이뤄지는 것을 발견했다. 또 홀데인은 이를 발전시켜 1차원에서의 상전이 현상을 규명했다.

위원회는 “올해 물리학상은 물질의 특이한 성질을 이해하는 새로운 문을 열었다”며 “수상자들은 초전도체(전기 저항이 0이 되는 현상), 초유동체(점성이 0이 되는 현상), 자성 박막 등 통상의 상태와 다른 물질을 연구하기 위해 고급 수학의 방법론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의 선구적 업적에 의해 오늘날 물질의 새로운 단계에 대한 추적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벨위원회는 세 사람의 업적이 생소하고 난해해 이를 설명하기 위해 구멍의 개수가 다른 빵까지 동원했다. 토르스 한스 한손 위원은 베이글, 프레첼 등 구멍 개수가 다른 빵을 활용해 위상학의 개념을 설명했다.

수상자 중 코스털리츠는 사울리스의 제자로 1972년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홀데인 교수는 1983년 발표한 논문의 업적을 인정받아 수상자로 결정됐다. 사울리스 교수가 총상금 800만 크로나(약 11억원)의 절반을 받고 나머지 절반을 코스털리츠와 홀데인 교수가 나눠 받는다. 박제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사울리스와 홀데인의 연구는 물리학계에 새로운 장을 열어 학계에선 이전부터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높았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