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진석, JP의 반기문 메시지‘과포장’ 논란

입력 2016-10-05 04:08 수정 2016-10-05 08:33
“결심한 대로 하시라. 결심한 대로 하시되 이를 악물고 하셔야 한다. 내가 비록 힘은 없지만 마지막으로 혼신을 다해 돕겠다.”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지난 9월 하순 미국 출장을 갔던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통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전했다는 메시지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충청권 맹주였던 JP가 ‘충청 대망론’을 위해 충북 음성 출신의 반 총장을 돕기 위해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JP 메시지를 둘러싼 신빙성 논란이 여권 내부에서 일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JP가 격노했다”거나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JP의 최측근 인사는 “JP의 화법이 아니다”면서 “덕담을 각색한 것 같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하지만 메시지 전달자인 정 원내대표는 “토씨 하나 고치지 않았다”면서 “JP에게 미국 출장 귀국 보고를 하는 자리에 여러 사람이 있었는데 그때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고 반박했다.

JP 메시지 논란을 두고 반 총장 영입 과정에서 발생한 여권 내부 주도권 다툼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대선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정치 원로의 발언을 놓고 진위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 여론도 높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4일 “최근 JP를 만났다”며 “JP가 ‘하지도 않은 말을 한 것처럼 했다’며 격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선을 1년 넘게 남겨놓은 상황에서 정치 9단인 JP가 특정 인사를 ‘혼신을 다해 돕겠다’는 표현을 썼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새누리당 의원도 “얼마 전 JP를 돕던 사람들과 함께 JP를 모시고 저녁식사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JP의 메시지가 화제에 올랐는데 JP가 ‘어떤 사람(정 원내대표를 지칭)이 그런 얘기를 하고 돌아다닌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JP의 직접 해명을 듣기 위해 지난달 30일 서울 청구동 자택을 찾았으나 JP 측은 “반 총장과 관련해서는 아무 할 말이 없다”며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다만 JP 측도 메시지가 과장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JP의 최측근 인사는 “‘열심히 하라’ 정도 덕담이면 모르겠는데, ‘이를 악물고’ 같은 표현은 JP의 화법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대선까지 아직도 얼마나 많은 변수가 있는데 JP가 단정적으로 한 사람만을 향해서 돕겠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안 된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메시지를 왜곡시킨 일도 없고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JP의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했다”며 “모든 워딩은 JP가 직접 한 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추석 방미 당시) 야당 원내대표들과 반 총장 면담을 끝내고 나오는 길에 엘리베이터 앞에서 (반 총장에게 JP 메시지를) 잠깐 전했고, 이후에도 추가로 또 했다”고 주장했다.

여권에서는 정치 원로를 현실 정치에 끌어들였다가 불필요한 진실 공방이 벌어진 데 대해 비판이 제기된다.

하윤해 전웅빈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