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수사 1호’ 신연희 강남구청장 무혐의, 왜?

입력 2016-10-05 04:03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1호 수사는 무혐의로 결론 내려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4일 김영란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한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김영란법 위반 혐의가 없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1호 수사’는 무혐의로 끝났지만 법 적용에 있어 ‘과제’를 남겼다. 법 적용 대상자가 400만명에 이르고 규정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 시행 전부터 많은 혼란이 우려됐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김영란법의 첫 수사 대상임을 고려해 다양한 ‘경우의 수’를 검토하고,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와 수차례 협의하는 과정까지 거쳐야 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에 참고할 만한 내용이 없고, 다양한 법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법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이 내린 결론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행사에 참여한 경로회장들은 김영란법 적용을 받는 대상자가 아니라는 결론이다. 둘째는 적용 대상자라 하더라도 행사 자체에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없다는 것이다.

경찰은 먼저 강남구청 행사에 참여해 점심식사와 교통편의를 제공받은 대한노인회 소속 경로회장들이 김영란법 적용을 받는 ‘공직자 등’이거나 ‘공무수행 사인(私人)’에 해당하는지 살폈다. 경찰은 경로회장들이 공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한노인회는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공직유관단체’다. 따라서 경로회장이 대한노인회 임직원이면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가 된다. 하지만 경로회장은 대한노인회 정관상 임원이 아니다.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직원으로 볼 수도 없다. 경찰 관계자는 “경로회장은 경로당마다 1명씩 지정돼 있는 일종의 ‘봉사직’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공직유관단체를 포함한 공공기관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공무수행 사인’이라면 ‘공직자 등’에 해당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된다. 공무수행 사인이란 공공기관의 의사결정 등에 참여하는 민간인으로 각종 위원회의 민간위원, 공공기관 업무 위탁 사업자 등이다. 경찰은 경로회장이 공공기관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경찰은 행사 자체에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공무수행 사인의 경우 해당 공무와 관련이 있을 때에만 김영란법 적용을 받는다. 경로회장들이 구청 행사에 참석한 것을 대한노인회에서 위탁받은 업무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달 28일 행사는 공식 행사였기 때문에 애초에 김영란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영란법은 ‘직무 관련 행사에서 주최자가 통상적인 범위 내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금품’을 예외로 인정한다. 경찰은 신 구청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를 추가 조사한 뒤 조만간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다. 고발인이 무고 혐의로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김영란법 1호 수사는 무혐의로 결났지만 법 해석과 적용이 여전히 애매하다는 지적은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 김영란법 위반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공무원들이 ‘시범케이스’가 되지 않기 위해 과도하게 몸을 사릴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이번 논란을 겪으면서 한 번 할 법률 검토를 두세 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신고를 남발하면 노인복지사업 등 공공기관 본연의 업무가 위축될 우려도 있다. 법의 취지를 잘 살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