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의 한미약품 공매도 거래 중 절반이 악재 공시 이전인 개장 직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악재 정보를 미리 입수한 이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대량 공매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한미약품의 공매도량은 10만4327주다. 전날(7658주)의 13배가 넘는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거래다. 주가가 상승하면 공매도를 해도 손해를 본다.
한미약품이 독일 수출 계약 취소를 공시한 것은 이날 오전 9시29분이었다. 9시 개장 후 29분간 발생한 공매도량이 5만471주였다. 이날 공매도량의 절반에 가깝다. 한미약품은 전날 오후 별도의 1조원대 기술수출 계약 공시를 했고, 30일 개장 직후 5.19%까지 올랐다. 특별한 악재가 없는 이상 추가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대량 공매도가 발생한 건 일반적인 투자 패턴과는 차이가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공매도만으로 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의심할 만한 정황”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과 한국거래소는 한미약품 직원의 주식 거래 여부 등 이상매매 내역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조사 기간을 1∼2주 내로 최대한 단축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검찰에 신속히 사건을 넘기는 패스트트랙 절차도 고려 중이다. 1차적인 조사는 이상매매 패턴 확인에 맞춰진다. 이후 해당 매매자가 한미약품의 악재성 공시 정보를 사전에 듣고 이용했는지 밝혀야 한다. 만약 한미약품이 미공개 정보를 특정인에게 흘린 후 악재성 공시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 최대 2억원까지 제재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사흘연휴가 끝난 4일 증시에서 한미약품 주식은 3만7000원(7.28%) 하락한 4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거래일 사이 시가총액 1조5500억여원이 증발했다. 코스피200 헬스케어 지수가 3.14% 하락하는 등 제약주 투자심리도 냉각되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했다. 한국투자증권 정보라 연구원은 “이번이 두 번째라는 점에서 한미약품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문제되고 있다”며 “임상실패는 신약개발의 성장통이지만, (공시 과정은) 적절한 전달방법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에도 2분기 기술수출 계약 후 적자실적을 발표해 주가가 폭락했다.
한편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은 기관투자가가 공매도를 위해 빌린 주식을 60일 안에 상환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공매도에 따른 개인투자자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한미약품, 30일 공매도 절반이 ‘악재 공시 직전’
입력 2016-10-05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