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백화점, 유커·내국인 북적… 제조업체는 ‘재고떨이’

입력 2016-10-05 00:00
코리아 세일 페스타 행사가 열린 2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이 국내외에서 몰려온 쇼핑객들로 붐비고 있다. 윤성호 기자

“평소보다 사람이 더 안 와요.”

대규모 쇼핑·관광 축제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지난달 29일부터 한 달간의 일정으로 시작됐지만 재래시장 상인들은 울상을 지었다.

유통업계는 개천절로 이어지는 주말연휴를 맞아 코리아 세일 페스타의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주요 백화점과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행사 첫날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반면 전통시장과 소매상인은 대기업 유통업체의 대대적인 홍보에 평소 오던 손님마저 뺏겼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연휴 마지막날이던 3일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은 중국인 관광객과 내국인들이 섞여 북적거렸다. 면세점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북새통이었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을 코리아 그랜드세일, 내국인 상대로 블랙프라이데이를 진행하던 것을 올해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로 통합했다. 유통업체만 참여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제조업체는 물론 문화 공연장까지 참여했다. 할인 품목은 의류부터 자동차까지 다양해졌고 할인폭도 커졌다.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고 국민들이 지갑을 열면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홍보에 적극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 주형환 장관은 연휴 기간 내내 시장과 가전제품 매장, 백화점, 면세점 등을 찾았다.

그러나 코리아 세일 페스타의 필요성을 두고 국민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제조업체의 재고떨이와 유통업체의 할인 행사를 위해 정부가 대신 홍보해주고 있다며 곁눈질하는 소비자도 상당하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취향이 까다롭고 예리해진 이유도 있다.

대기업 가전매장을 찾았다는 한 소비자는 “2015년에 나와 이미 단종된 모델의 텔레비전을 엄청난 할인이라며 판매하고 있더라”고 지적했다.

일부 대형마트에선 코리아 세일 페스타라는 명패만 붙여 놓고 이전과 다를 바 없는 할인율로 물건을 팔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통시장은 대형마트의 대대적인 할인 홍보에 밀려 페스타 특수에서 밀려나 있다. 올해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 참여한 전통시장은 지난해(200개)보다 배 정도 많은 400여개다.

지난 2일 낮 서울 마포구의 한 시장 상인은 평소보다 오히려 사람이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는 “우리 시장 근처 대형마트는 일요일 격주 휴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코리아 세일 페스타 때문에 이번 주에 이어 다음 주도 문을 연다더라”면서 “거기로 사람들이 다 가니 시장을 찾는 사람은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전통시장이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 유통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주 장관이 내년엔 500여개 전통시장이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 참여토록 하겠다고 했다”며 “숫자만 키우지 말고 시장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유인책도 같이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