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냉전시대의 시작일까. 미국과 러시아의 플루토늄 잉여 보유분 폐기 협정이 깨진 데 이어 시리아 내전을 끝내기 위한 두 국가의 협상이 결렬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양국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는 모양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과 맺은 무기급 플루토늄 잉여 보유분 폐기 협정을 잠정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비우호적 행동(unfriendly action)’으로 전략적 안정성에 위협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두 나라는 2000년 해체한 핵탄두에서 나오는 무기급 플루토늄을 각각 34t씩 폐기하는 데 합의했고 2010년 이를 원자력발전 연료로 재활용한다는 내용의 협정에도 서명했다. 이 협정은 냉전 종식 후 군비축소를 약속하는 상징적 의미였다. 잉여 플루토늄이 테러에 사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실현이기도 했다.
지난 4월 푸틴 대통령이 이 협정을 미국이 이행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균열 조짐이 보였다. 이번 결정은 미국이 러시아의 강경한 반대에도 유럽 미사일방어망(MD) 구축을 강행해 핵전력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시리아 영구 주둔 협정을 비준할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또 방공 미사일 SA-23을 시리아 타르투스항으로 운송했다. SA-23은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등 미국과 동맹국으로부터 러시아 군사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여파는 시리아 휴전 협상 테이블을 때렸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중단한다”며 양국의 협상이 중단됐음을 밝혔다. 그는 “러시아와 시리아 정권이 민간 지역을 집중 공격하면서 휴전협정에 어긋나는 군사적 방식을 택했다”며 “가볍게 내린 결정이 아니다”라고 불쾌해했다.
미 국무부도 양국 공동지휘사령부 창설 인력을 철수한다고 선언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에 대한 인내심이 다했다”며 “협상에 도달할 가능성이 사라졌다. 이것은 비극”이라고 말했다.
비난 수위가 높아지자 러시아 정부도 맞불을 놨다. 마리아 자카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알레포 인근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협의의 핵심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누군가에 떠넘기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 “누가 자브하트 알누스라(전 알카에다 연계조직)인지, 배후가 누구이고 미국은 왜 테러리스트와 온건 반군을 구분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는지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국은 지난달 9일 시리아에 대한 임시휴전에 합의했고 12일부터 1주일간 모든 적대 행위를 금지한다고 밝혔지만 이후 휴전이 연장되지 않은 채 민간인 구호차량이 공습을 받으면서 무차별적인 폭격이 벌어졌다.
끔찍한 살상은 계속됐다. 알레포 동부 반군 점령지역에 있는 M10병원은 지난달 28일, 지난 1일에 이어 세 번째 폭격을 당했다. 피해를 복구하던 인부 3명 등 7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시리아 협력·핵폐기 중단… 싸늘해진 美-러
입력 2016-10-05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