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여름과 함께 걸그룹 열풍은 물러갔다. 바야흐로 발라드의 계절이다. 쌀쌀한 가을 바람을 타고 ‘감성 발라더’들이 기다렸다는 듯 몰려왔다. 싱숭생숭한 마음을 차분히 적셔주는 선율이 반갑다.
가수 박효신(35)이 그 중심에 있다. ‘발라드의 제왕’ 혹은 ‘음색 대장’으로 불리는 그가 6년 만에 새 앨범을 내놓았다. 요즘 유행하는 인스턴트 음악은 취급하지 않았다. 뚝심 있게 12곡을 꽉 채운 정규 7집 ‘아이 엠 어 드리머(I am a dreamer)’를 지난 3일 발매했다.
‘꿈’을 소재로 삶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 앨범이다. 박효신이 오랜 기간 공들여 준비했다. 총괄 프로듀싱을 맡고, 작사·작곡에도 적극 참여했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역량을 입증해 보이겠다는 각오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음원 공개와 동시에 음원차트를 ‘올킬’했다. 열기는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선공개곡 ‘숨’과 더블 타이틀곡 ‘홈(Home)’ ‘뷰티풀 투모로우(Beautiful Tomorrow)’ 등이 선두 다툼 중이다. 다른 수록곡들도 ‘차트 줄 세우기’에 동참했다. “박효신 대 박효신의 대결”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박효신의 귀환에 앞서 차트를 이끌었던 한동근(23)과 임창정(43) 역시 발라드 가수들이다. 한동근이 먼저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3’(2013)에서 우승한 한동근은 때 아닌 ‘역주행’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2014년 발표한 데뷔곡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가 지난 8월 MBC ‘듀엣가요제’ 출연을 계기로 재조명된 것이다.
서정적인 노랫말이 감성을 자극했다. 이별 이후 애타는 심경을 감각적으로 표현해 공감을 이끌어냈다. 한동근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감정을 더 풍부하게 했다. 입소문을 탄 노래는 차트를 거슬러 정상에까지 올랐다. 분위기를 타고 지난 8월 24일 발매한 세 번째 디지털 싱글 앨범 ‘그대라는 사치’도 덩달아 주목받았다.
6년 만에 마이크를 잡은 임창정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달 6일 14곡이 수록된 정규 13집 ‘아이 엠(I’M)’을 발매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이 쏟아졌다. 특히 타이틀곡 ‘내가 저지른 사랑’이 큰 사랑을 받았다. 한 달여간 차트 상위권을 지킨 이 노래는 주요 음원사이트 월간차트 1위를 휩쓸었다. 음악방송 출연 없이 거둔 성적이라 더욱 고무적이다.
‘라이브의 황제’ 이승환(51)도 발라드 대전에 합류한다. 오는 8일 ‘빠데이7’ 콘서트를 앞둔 그는 공연 하루 전날인 7일 신곡 ‘그저 다 안녕’을 선보인다. 지난 4월 발표한 ‘10억 광년의 신호’ 이후 6개월 만이다. 소속사 측은 “차분하고 감성적인 이승환의 발라드를 사랑하는 분들에게 선물 같은 곡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가을 바람 타고 발라드가 몰려왔다
입력 2016-10-05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