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해운업 살려야” 호소… 여야 “자구노력 부족”

입력 2016-10-04 18:28 수정 2016-10-04 21:20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굳은 표정으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처음 공개석상에 나온 조 회장은 “부실 발생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서영희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 등에 대한 4일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일반증인으로 출석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상대로 기업 부실과 그로 인한 물류대란 발생 책임을 집중 추궁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후 조 회장이 공개석상에 나온 건 처음이다.

조 회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감에서 “부실 발생에 대해 사과한다. 물류대란은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한국 수출물량의 90% 이상이 해운업에 의존하는 만큼 꼭 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조 회장은 “2014년 한진해운을 인수해 2조원 가량의 유동성 공급을 했지만 수십조원의 지원을 받은 외국 선사들이 물량 및 저가로 출혈공세에 나서 사기업으로서 경쟁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한진해운의 자구노력이 부족했다고 질타했다.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은 “한진해운이 대한상선을 인수하며 국내 1위 해운사로 올라설 때도 유동성 위기가 있었다”며 “그때는 적극적으로 사재출연을 하는 등 조기에 위기를 넘어갔는데 이번엔 왜 이렇게 사태가 커졌느냐. 자구노력이 부족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한진해운이 지난 6월 산은에 보낸 공문을 소개하며 “‘대마불사(大馬不死)’의 배짱 태도”라고 질타했다. 한진해운은 당시 산은에 단기유동성 자금 지원을 요청하면서 “(지원이 없을 경우)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모든 채권단이 상당한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관증인으로 출석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물류대란의 책임을 한진해운에 돌렸다. 이 회장은 “(물류대란을 우려해) 현대상선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한진해운 최고경영자(CEO)를 세 차례 만나 컨틴전시 플랜(우발적 위기대처 계획)을 만들자고 제의했다”고 했다. 이어 “현대상선은 현대증권을 내놓겠다는 결단을 내리며 1조2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자구책을 내놨지만 한진해운 대주주는 팔을 자르겠다는 결단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조 회장은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한진해운에 기부한 사재 400억원에 관해 “정확하진 않지만 제 재산의 약 20%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모든 재산을 털어서라도 회사를 살리고 기업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지만 조 회장은 즉답을 피했다.

이날 국감에서 더민주 전해철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조 회장과 이 회장을 상대로 대한항공과 금호타이어가 미르재단에 각각 10억원과 4억원의 자금을 출연한 경위에 대해 추궁했다. 조 회장은 “그때는 제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시간을 보냈을 때”라며 “나중에 대한항공 사장으로부터 재단 목적이 좋아서 10억원을 투자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만 답했다. 이 회장도 “개별 기업의 기부까지 관여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산은은 금호타이어의 경영지원단이다.

글=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