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얇고 가볍게, 메시지는 묵직하게

입력 2016-10-05 21:21

‘간편하게 많은 지식을 얻고 싶다!’ 짧은 시간과 비용으로 체계적인 기독교 교양을 쌓도록 돕는 소책자 시리즈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 시리즈는 대중서와 연구서의 간극을 메우고, 바쁜 생활인의 시간과 돈을 절약해주고, 일관성 있는 주제와 논지로 깊이를 추구한다. 어른 손바닥 넓이, 150쪽 안팎의 분량, 1만원 이하인 다양한 기독교 소책자 시리즈를 소개한다.

비아는 ‘다양한 인물 시리즈’를 내왔다. 디트리히 본회퍼, 쇠얀 키에르케고어, 라인홀드 니버, 스탠리 하우어워스…. 해당 학자의 사상을 키워드 중심으로 소개하고 옮긴이의 말을 통해 사상을 비평한다. 국내에 번역된 저서 목록도 첨부한다.

신학으로 이끄는 가이드북

민경찬 편집장은 “올 여름 ‘한나의 아이’를 쓴 미국 신학자 스탠리 하우어워스가 유명세를 탔다. 그의 저서를 읽기 전에 이 시리즈 하우어워스편을 읽으면 그의 사상에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리즈의 별명은 ‘신학생을 위한 론리플래닛(Lonely Planet)’이다. 교양을 쌓기 위한 일반인과 학부생을 위한 안내서다. 기독교 서적이 평이한 책을 선호하는 평신도와 신학 연구자로 양극화돼 ‘중간 지대의 책’이 많지 않다는 데서 착안했다. 연말에는 교회 등을 다룬 주제별 시리즈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평신도와 신학자 사이 다리 놓아

성서유니온선교회의 ‘SU 신학총서’도 비슷한 목적을 갖고 있다. ‘목격자의 증언, 복음서’ ‘새 하늘과 새 땅’ ‘성경은 남성적인가?’ 등과 같은 주제를 리처드 보컴, 톰 라이트 등이 간결하게 다루고 있다. 선교회 측은 “짧은 분량이지만 해당 분야에 정통한 신학자들이 정리한 내용”이라며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건강한 신학적 기초 위에 서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쉽고 재미있게 다룬 기독교 교리

좋은씨앗은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을 돕는 ‘단단한 기독교 시리즈’를 내고 있다. ‘회개를 사랑할 수 있을까?’(이정규 지음)에 이어 ‘기도를 시작하는 당신에게’가 나온 상태다. 김애정 팀장은 “대부분 성도들이 교회에서 헌신하면서도 기독교의 기본 진리를 배울 기회가 많지 않다”며 “국내 저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바른 신앙인으로 살 수 있는 기독교 교리를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회개를 사랑할 수 있을까’는 마틴 로이드 존스의 “당신의 삶에 회개의 특징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표를 떼어 버리는 것이 낫다”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저자는 “저는 즉시 자신을 돌아보았고, 회개의 특징이 나타나지 않은 것 같아 괴로웠습니다”(16쪽)라고 고백한 뒤 회개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 서술한다. 앞으로 구원 성화 성령 등을 다룬다.

시리즈의 첫 책 ‘자족 vs 불만족’

TnD북스는 최근 ‘그리스도인의 참된 행복의 비결’이라는 제목으로 첫 책 ‘행복의 비결-자족 VS 불만족’을 냈다. 김영욱 편집장은 “어떤 형편에 있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다는 바울의 고백처럼 그리스도 안에서 참된 행복의 비결을 탐구해보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자족의 비결’ ‘탐심, 불만족의 시작’ ‘자족, 살아있는 경건’ 등을 주제로 조나단 에드워즈 등이 쓴 에세이 8편을 모았다.

신앙의 눈으로 본 과학 교양서

전문적인 주제의 소책자도 있다. IVP는 과학 교양서 ‘스펙트럼’을 내기 시작했다. 편집자 송인규 한국교회탐구센터 소장은 “과학과 신앙이라는 이슈에서 복음주의의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예고했다. 연 두 차례 신앙의 눈으로 과학을 조명한다. 첫 책은 ‘뇌과학과 기독교 신앙’이었다. 앞으로 ‘우주 지성체’ ‘지구의 나이’ 등과 같은 논쟁적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소책자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지식을 얻기 원하는 독자의 눈높이에 맞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깊이 읽기엔 시간이 부족하고, 인터넷 지식은 신뢰하지 못하는 크리스천들이 소책자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판사는 다양한 주제, 필자, 형식을 위축된 출판시장에서 큰 위험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다. 출판사의 틈새 공략과 독자들의 수요가 이 시리즈들 위에서 만나고 있는 셈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