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휴식 중 돌발상황 수습 땐 ‘근무’ 인정

입력 2016-10-04 19:10

A씨는 B학교 당직 근로자(경비)로 취업하면서 밤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휴게시간으로 근로계약을 맺었다. 이 학교는 밤 12시까지 학생들이 야간 자율학습을 했다. A씨도 그 시간까지 순찰과 하교 지도 등 사실상 업무를 해야 했다. 그는 밤 11∼12시 사이 1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학교는 근로계약상 휴게시간이라고 주장해 다툼이 벌어졌다. 지방노동청은 11시 이후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한다고 판정했다.

A씨 사례처럼 경비원 같은 감시·단속적 업무는 대기상태가 많은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을 둘러싼 다툼이 자주 발생해 왔다. 고용노동부는 4일 이 같은 다툼을 예방하고 근로자의 적절한 휴식시간 보장을 위해 감시·단속적 업무 종사자의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구분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사용주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휴게시간을 길게 책정하는 식으로 근로계약을 맺는 편법적 관행을 집중 감시키로 했다.

고용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근로계약상 휴게시간으로 규정됐더라도 당직 중인 학교 등에 화재가 발생해 진압했거나 무단침입자가 있어 대응한 경우 등 돌발상황을 수습한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토록 했다. A씨 사례처럼 ‘제재나 감시·감독 등에 의해 근무장소에서 강제로 대기하는 시간’ 역시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라고 규정했다.

반면 근무장소에서 대기하더라도 근로자가 스스로 휴게장소를 정할 수 있거나, 일정 구역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제약이 있더라도 사용자가 지휘·감독하지 않아 비교적 자유로운 시간이라면 휴게시간으로 인정하도록 해 모호하다.

고용부는 대신 사용주에게 임금인상 회피 등을 목적으로 휴게시간을 과다하게 부여하지 않도록 하고, 가능한 주 휴일을 부여해줄 것을 권고하고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정지원 근로기준정책관은 “이번 가이드라인을 계기로 대부분 고령인 경비원과 당직 근로자분들의 고용이 안정되기를 기대한다”면서 “이분들이 정당한 휴식을 보장받고 근로조건이 악화되지 않도록 현장 모니터링을 지속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