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학대로 숨진 아이… 생명윤리 회복의 길 찾아야

입력 2016-10-04 19:16
경기도 포천의 여섯 살 아이가 양부모에게 학대당해 목숨을 잃었다. 부모는 테이프로 아이를 묶은 채 17시간을 방치해 숨지게 했다. 시신을 암매장하고 거짓 실종신고로 범행을 덮으려 했다. 아동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또 이런 일이’ 하는 게 몇 번째인지 헤아리기도 어렵다. 울산 계모, 칠곡 계모, 초등생 아들 시신을 훼손한 부천 아버지, 16㎏ 몸무게로 탈출한 인천 소녀…. 정부는 사회관계장관회의를 10차례나 열어 대책을 강구했지만 아이들은 계속 당하며 죽고 있다.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처벌을 강화해서 막을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

아동학대는 가정이나 교육의 문제로만 바라보기 어려운 상황에 왔다. 오히려 택시기사가 심정지로 죽어가는데 골프백을 챙겨 떠난 승객의 문제와 더 가까울 수 있다. 인간의 생명은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생명윤리가 초라하게 퇴색한 한국사회의 현실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끊이지 않는 안전사고와도 맥이 닿아 있다. 세월호 참사부터 스크린도어 수선공의 죽음까지 일관되게 지목되는 ‘안전불감증’은 ‘생명경시 풍조’의 다른 말이다. 생명을 소중히 여겼다면 평형수 대신 컨테이너를 실었을 리 없고, 2인1조 근무 같은 안전 규정을 하찮게 무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박상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은 “한국에서 살며 맞닥뜨리는 가치 선택의 여러 상황에서 가장 손쉽게 버려지는 게 생명의 존엄성”이라고 말했다.

포천 어린이의 생명도 그 존엄함을 망각한 사회적 무관심 속에 버려졌다. 생명윤리가 존재했다면 아이가 한 달씩 결석한 유치원에서 찾아나서고 평소 마주치는 이웃도 아이 상태를 눈여겨봤을 것이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지난 5월 국내 첫 ‘생명존중 선언문’을 발표했다. 생명경시 풍조가 너무 많은 사회적 문제를 초래한다는 진단에서였다. 우리가 생명의 존엄함을 다시 인식하지 못한다면 아동학대도, 안전사고도, 골프백 승객도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