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올 시즌 부진한 감독들 “나 떨고 있니?”

입력 2016-10-04 21:14 수정 2016-10-04 23:53
프로야구에서 가을은 축제의 장이다. 한 해의 패권이 걸린 포스트시즌에 많은 관중들이 열광한다. 하지만 서늘해진 날씨가 유독 한 겨울처럼 춥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성적이 부진한 팀의 사령탑들이다. 이제 프로야구 정규리그도 일주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팀을 가을야구 무대에 올려놓지 못한 감독들은 불면의 밤을 지새울 전망이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 탈락한 팀은 모두 4개 구단이다.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 kt 위즈다. 6위 SK 와이번스는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지만 ‘기적’이 일어나야 한다.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이기고 5위 KIA 타이거즈가 남은 세 경기를 모두 지는 상황을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이들 5개 팀 사령탑의 교체 여부에 대한 하마평이 벌써부터 나돈다. 우선 SK 김용희 감독은 올해로 2년 임기를 채운다. SK는 한때 가을야구의 강자였지만 쇠락했다. 지난해 가까스로 5위로 와일드카드에 진출했고, 올해는 시즌 막판 충격의 9연패로 가을야구가 가물가물하다. SK 내부에선 이미 다음 지휘봉을 누구에게 맡길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좌불안석이다. 류 감독도 올해로 계약이 끝난다. 시즌 초만 해도 류 감독의 재계약은 무난한 듯 보였다. 팀을 4년 연속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상황이 급반전됐다. 시즌 내내 하위권에 맴돌다 결국 2009년 이후 7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야구 ‘명가’의 자존심이 크게 구겨졌다. 이 때문에 류 감독에 대한 비난이 시즌 내내 이어졌다. 특히 선수 육성 실패 책임론이 불거졌다. 구단 내부에선 류 감독 체제로 계속 가자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모기업 차원에선 잔류와 교체를 놓고 심사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뜨거운 감자’다. 올 시즌 내내 숱한 논란을 낳았다. 그 중 가장 큰 논란이 바로 ‘선수 혹사’였다. 이미 팀의 기둥이었던 권혁과 송창식이 시즌을 마치지 못하고 부상을 당했다. 성적도 좋지 못했다. 김 감독은 2년 동안 팀을 가을야구에 올려놓지 못했다. 김 감독은 임기가 1년 남았다. 사퇴를 전혀 생각지 않고 있다. 이미 내년 초 전지훈련 구상도 마쳤다. 마무리캠프를 일본 미야자키에서 치르기로 결정했다. 또 호주에서 1차 전지훈련을 하고, 일본 오키나와에서 2차 캠프를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변수는 모기업이다. 한화 수뇌부는 당초 김 감독에 대해 변함없는 신임을 줬다. 하지만 최근 달라진 모습이 감지된다.

롯데 조원우 감독도 성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불펜 강화를 위해 손승락과 윤길현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98억원을 들여 사왔지만 또다시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다만 경험이 부족한 초보라는 점에서 구단이 조 감독에게 계속 지휘봉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 총수 일가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그룹이 감독 선임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점도 아이러니하게도 조 감독에겐 호재다.

막내구단 kt 조범현 감독도 경질 가능성이 높다. 2년 연속 꼴찌에 머물렀다. 또 음주운전, 치어리더 명예훼손, 음란행위 등이 터지며 선수단 관리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