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경절만 기다렸는데…” 홍콩은 안 자고 안 쓰는 유커에 울상

입력 2016-10-05 00:01
국경절인 지난 1일 홍콩 빅토리아항에서 관광객들이 축하 불꽃놀이를 보고 있다. AP뉴시스

중국 황금연휴인 국경절(10월 1∼7일) 특수를 기대했던 홍콩이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뜸해진 발걸음에 씀씀이마저 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황금연휴 초반 사흘 동안 홍콩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중국인을 제외한 외국인 관광객은 17.1%나 늘었지만 전체 관광객 중 81%를 차지하는 중국인은 0.9% 증가에 그쳤다.

홍콩 민주화운동에 따른 갈등으로 홍콩을 찾는 유커의 감소세가 주춤한 게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 8월 유커는 전년 동기 대비 2.2% 늘면서 지난해 6월 이후 13개월 만에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문제는 관광과 소비 패턴이 크게 변해 기대효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점이다. 많은 유커가 숙박을 하지 않고 인근 광둥성에서 오는 당일 여행객이거나 다른 해외여행을 위해 경유지로 홍콩을 선택하는 경우다. 홍콩의 7개 호텔을 운영하는 ‘매그니피센트 호텔 인베스트먼트’ 측은 “과거 국경절 연휴 기간에는 객실 예약이 평소보다 배에 이르렀지만 올해는 평일보다 약간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머무르는 시간만큼이나 소비 규모도 크게 줄었다. 특히 명품이나 보석 판매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홍콩에서 대형 보석점을 운영하는 처우쌍쌍씨는 “손님 수는 줄지 않았는데 지난 주말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15%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SCMP는 “과거 3만∼5만 홍콩달러(약 426만∼711만원) 가격의 보석을 찾던 유커들이 지금은 1만 홍콩달러(약 142만원) 이하를 구매한다”면서 “손님 수와 매출은 별개”라고 전했다.

실제 올 상반기 홍콩을 찾은 유커의 평균 소비액은 7105홍콩달러(약 101만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커가 가장 많이 찾았던 2014년 평균 소비액은 9000홍콩달러(약 128만원)였다.

중국에도 ‘즐길거리’가 늘면서 홍콩의 매력이 감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콩의 대표적인 테마파크 디즈니랜드는 지난달 15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중국 광둥성 주민에 한해 755위안(약 12만원)에 3일 자유이용권을 판매하는 등 적극적인 판촉에 나섰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지난 6월 개장한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개장 후 첫 연휴를 맞아 전국에서 모여든 관람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