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이치로(43·마이애미 말린스)의 하루는 정해져 있다. 기상시간은 오전 10시. 잠에서 깨어난 뒤부터 3시간은 이치로의 유일한 휴식시간이다. 오후 1시 집 안에 마련한 훈련장에서 스트레칭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매일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몸과 마음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스트레칭이 끝나면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땀을 흘린다.
오후 1시40분 식탁에 앉는다. 점심시간을 조금 넘긴 시간이지만 이치로에겐 아침밥상이다. 메뉴는 10년 넘게 똑같다. 아내가 요리한 카레다. 카레를 좋아해서가 아니다. 매일 같은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2009년 위궤양을 앓았을 때를 빼면 체중은 79㎏ 안팎으로 일정했다. 10년 동안 늘어난 체중은 고작 450g이다. 한때 국수로 메뉴를 바꿨지만 주로 카레를 먹는다. 아내가 동행할 수 없는 원정경기에선 페퍼로니 피자를 먹는다.
경기시작 5시간 전까지 야구장으로 도착한다. 이치로가 야구인생에서 거의 한 번도 어기지 않은 철칙이다. 오후 7시 경기가 있는 날은 오후 2시에 경기장으로 들어선다. 옷을 갈아입는 시간은 15분. 유니폼을 입으면 같은 동작의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수비훈련과 타격연습을 각각 1시간씩 실시한다. 경기시작 2시간을 앞두고 가볍게 요기를 때운 뒤 1시간 전부터 스트레칭과 타격연습을 반복해 경기 감각을 끌어올린다.
이 모든 과정이 한 번의 타석을 밟기 위한 의식(儀式)처럼 매일같이 반복된다. 비가 오는 날에도, 선발 명단에서 빠진 날에도 정해진 일과에서 벗어난 적은 없었다. 벤치에서 대기할 때도 쉬는 법이 없다. 1인치(2.54㎝)짜리 나무막대기로 발바닥을 문지른다. 발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치로에겐 경기장 안의 모든 행동이 단련이다.
경기를 마치면 집이나 숙소(원정경기)에서 마지막 식사로 허기를 채운 뒤 웨이트트레이닝을 실시한다. 그리고 텔레비전 앞에 앉는다. 경기영상을 보면서 분석하기 위해서다. 이치로는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텔레비전 앞에서도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늦은 밤까지 분석을 마쳐야 잠에 든다.
메이저리그 정규리그 183일을 이렇게 보낸다. 포스트시즌으로 진출하면 이 기간은 30일가량 늘어나지만 이치로는 힘들지 않다. 어차피 1년 365일 중 360일 넘게 훈련한다. 야구를 시작한 초등학생 때부터 그렇게 살았다. 보통의 선수들이 실전에 적용하기 위해 훈련을 통해 완성하는 루틴(Routine)이 이치로에겐 인생 그 자체다.
그렇다고 해서 루틴에 매몰되지 않는다. 필요할 땐 과감하게 변화한다. 1992년 오릭스 블루웨이브(현 버펄로스)에서 프로로 입문해 일본 최고의 타격왕이 될 때까지 꾸준하게 연마했던 진자타법(방망이를 세워 시계추처럼 흔드는 방법)을 2001년 미국 메이저리그로 건너가면서 변형했다. 손목 힘을 이용한 타법을 새롭게 연마했다. 그 결과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부터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상과 최우수신인상을 동시에 석권할 수 있었다. 성실한 삶의 태도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은 도전정신으로 이룬 결실이다. 40세를 훌쩍 넘긴 지금까지 16년째 메이저리그에서 꾸준하게 활약할 수 있는 원동력도 이 태도와 정신이다.
이치로는 새로운 모험을 앞두고 있다. 44세 현역타자에 도전한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은 4일 “마이애미 말린스가 이치로에 대한 옵션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치로는 지난해 연봉 200만 달러의 1년 계약으로 매이애미에 입단했다. 올해 같은 조건으로 재계약하면서 마이애미는 ‘2017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옵션 조항을 넣었다. 마이애미의 옵션 행사는 이치로의 가치가 단순한 상징성을 넘어 현역선수로서도 충분하다는 증거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 현역타자들 중 최고령이다. 투수까지 포함하면 152일 먼저 태어난 바르톨로 콜론(43·뉴욕 메츠)에 이어 두 번째다. 하지만 올해 327타수 95안타(1홈런) 10도루 22타점 48득점 타율 0.291로 젊은 선수들 못지않게 활약했다. 이 과정에서 미·일 통산 최다 안타(4257안타)까지 달성했다. 이치로의 메이저리그 통산 타수는 9689회. 올해만큼 출전하면 1만 타수를 달성할 수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나이가 뭐야?… 이치로, 이대로∼
입력 2016-10-05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