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 웃음을 감출 수가 없어

입력 2016-10-04 21:15
울산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오른쪽)이 지난 3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지명 순위 추첨 행사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은 뒤 엄지 손가락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KBL 제공

‘만수(萬手)’ 울산 모비스 유재학(53) 감독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2016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손에 쥐었기 때문이다. 이번 드래프트에는 실력파 신인이 많아 유 감독의 고민과 기쁨도 배가 됐다.

3일 신인 드래프트 구단 순위 추첨 행사가 열린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유 감독은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려 포효했다. 12.5%의 확률을 뚫고 모비스의 1순위 지명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평소 감정표현에 서툰 유 감독도 짜릿함을 쉽게 감추지 못했다. 그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우승했을 때만큼 기쁘다”고 했다.

모비스는 2014-2015시즌까지 3년 연속 KBL 챔피언에 올랐으나 지난해 고양 오리온에 우승컵을 넘겨줬다. 모비스 왕조를 이끈 양동근과 함지훈이 30대 중후반에 접어들어 어느덧 리빌딩을 고민할 때가 왔다. 1순위 지명의 행운은 그런 유 감독 고민을 덜어준 셈이다.

유 감독은 ‘빅3’ 중 이종현(고려대)이나 최준용(연세대)을 뽑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03㎝의 큰 키로 대학농구리그를 평정한 이종현은 누가 뭐래도 유력한 1순위 후보다. 향후 10년을 좌지우지할 센터 재목이다. 최근 외곽플레이로 재미를 본 함지훈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볼 만하다. 2년 전 아시안게임 우승 멤버로 병역 혜택도 받아 더할 나위가 없다.

유 감독이 행복한 고심에 빠진 건 최준용 때문이다. 201㎝의 스몰 포워드 최준용은 현대농구의 흐름에 가장 적합한 선수다. 골밑 플레이는 물론 외곽슛까지 갖춘데다 수비도 강해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스피드도 겸비해 빠른 농구에도 장점이 있다.

모비스는 실력이 부족하거나 잠재력 있는 선수를 단기간에 살려내는 ‘재활 공장’이자 ‘사관학교’다. 2% 부족한 선수도 완성형으로 키워내는 지도력이 있으니 유 감독은 장고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인 드래프트는 순위 추첨 당일에 선수 지명까지 이뤄졌다. 올해는 순위 추첨 후 기간을 두고 지명한다. 선수 지명 행사는 18일 열린다. 각 구단이 조금 더 신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다. 오히려 머리를 싸매고 생각할 시간이 길어진 것도 사실이다. 선수 지명권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생겼다.

서울 SK는 2순위, 인천 전자랜드는 3순위를 가져갔다. 이종현과 최준용, 그리고 강상재(고려대) 중 한명을 붙잡을 가능성이 높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