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을 함께한 비정기적 모임이 있다. 하는 일도, 성격도 다른 사람들의 모임이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는 것은 서로를 배려하며 존중하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임의 성격을 특별히 규정짓지 않고 때로는 깊이 있는, 때로는 가벼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식사도 하고, 시간도 그날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자유스러우면서도 좋은 기운을 받아오기도 하는 모임이다.
십여 명의 작은 모임에 사려 깊게 배려하며 말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디에나 한 명쯤은 있는 돌직구형도 있다. 자신은 시원하게 돌직구를 날렸지만 때로 받는 이를 매우 껄끄럽게 만드는 사람. 그 돌직구가 이번 모임에서 재앙을 불러왔다. 입이 걸고 직설적인 말투를 가진 사람임을 본인도 인정하고 듣는 이도 이해하며, 때로는 재미있게 웃어넘기기도 했다. 모일 때마다 돌직구형과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설전을 벌이다가도 잘 마무리하던 사람이 그날은 돌직구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다 결국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려 분위기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푹 가라앉고 아주 불편해졌다.
같은 말이라도 받는 이에 따라, 놓인 상황에 따라 그 말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디딤돌로 삼기도 한다. 말의 씨앗이 누군가에는 암덩이로 자라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희망으로 심기기도 한다. 화끈·통쾌하게 내뱉은 돌직구가 어떤 소리에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딱 선 사람에게는 스치는 바람 같지만 깊은 상처를 감춘, 섬세하고 연약한 감성의 사람에게는 지워지지 않을 화인 맞은 상처로 남겨지기도 하니 조심해야 할 일이다.
솜씨 중에 으뜸이라는 말솜씨. 말은 잘하는 것보다 잘 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터진 김밥처럼 삐죽삐죽 터져 나오는 말이 소음처럼 귀 안에서 부대끼면 좋게 받아들일 수 없다. 특히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말이라면 깊이 생각한 후 말해야 할 것이다. 요리와 같은 말이 맛과 멋을 내기 위해서는 세련되고 유려한 말솜씨가 아니라도 속이 꽉 차고 배려를 담은 따스함으로 상황에 맞는 용어를 선택하여 표현해야 할 것이다.
글=김세원 (에세이스트), 삽화=공희정 기자
[살며 사랑하며-김세원] 돌직구
입력 2016-10-04 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