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세포 내 청소부’ 역할을 하는 ‘오토파지(Autophagy·자가포식)’ 현상을 발견해 암이나 당뇨병, 치매, 파킨슨병 등 난치병 치료 연구에 기여한 일본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일본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생리의학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 2014년부터 3년 연속 노벨 과학상을 거머쥠으로써 기초과학 강국의 면모를 입증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3일 일본 도쿄공업대 오스미 요시노리(71·사진) 명예교수를 2016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오스미 교수의 발견은 세포가 어떻게 세포 내 물질을 청소하고 재활용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오토파지는 세포가 스스로 생존을 위해 불필요한 단백질과 손상된 소기관을 분해하는 메커니즘이다. 세포가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불필요한 구성 요소 혹은 노화되거나 변이된 소기관을 파괴하는 식이다. 감염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제거해 체내 항상성을 유지한다. 오토파지는 ‘자기(self)’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오토(auto)’와 ‘먹는다’는 뜻의 ‘파제인(phagein)’의 합성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의약연구단 류훈 박사는 “세포 내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단백질 등이 이상을 일으키기 전에 청소부가 덤프트럭에 쓰레기를 실어 버리듯이, 뭐든지 분해하는 세포 내 기관인 ‘리소좀’에 투척하는 기능”이라면서 “이런 활동을 통해 새로운 단백질과 에너지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오토파지의 개념은 1960년대 보고됐지만 오스미 교수는 1988년 현미경 관찰로 세포 내(액포)에서 처음 오토파지 현상을 발견했다. 이어 92년 효모 실험을 통해 오토파지의 작동 메커니즘 관련 논문을 발표하고 이듬해 관련 유전자 14개를 찾아냈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백찬기 교수는 “오토파지는 생명체의 유지 및 발달에 있어 필수 과정”이라며 “이게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축적됨으로써 암, 2형 당뇨병, 알츠하이머 치매 등 퇴행성뇌질환, 각종 노화질환 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많은 과학자들이 오토파지 현상과 여러 질병의 상관관계를 밝히고 있으며 일부 질병의 경우 10년 안에 치료제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오스미 교수는 수상 소식을 접한 후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과학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전해 주고 싶다”고 했다.
일본은 지난해 오무라 사토시 일본 기타사토대 특별영예교수에 이어 2년 연속 노벨 생리의학상을 배출했다. 또 지금까지 모두 22명(미국 국적자 포함)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품에 안았다. 오스미 교수에게는 800만 크로네(약 11억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日, 3년 연속 노벨과학상… 생리의학상 오스미 교수
입력 2016-10-03 21:26 수정 2016-10-04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