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마다 ‘유커 人海’… 25만명 몰려 6000억 쓰고 갈 듯

입력 2016-10-03 21:17
중국 국경절 연휴(1∼7일)를 맞아 3일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열리는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쇼핑과 관광을 즐기는 중국 관광객(유커)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3일 서울 중구 명동. 중국 국경절 연휴(1∼7일)를 한국에서 즐기기 위해 입국한 중국 관광객(유커)들이 이곳으로 몰려들며 발을 내딛기 어려울 정도였다. 유커들은 명동 길거리에 있는 노점에서 먹거리를 산 뒤 인근 눈스퀘어 주변 계단에 걸터앉아 즐거운 표정으로 사진을 찍었다. 명동 중앙에 위치한 올리브영 매장 입구에는 붉은색 바탕에 ‘국경절 즐겁게 보내세요’ ‘중국 관광객(유커)을 기쁘게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K뷰티 화장품을 사려는 유커들이 몰리면서 입구에는 들어가고 나오는 유커들이 한데 뒤엉켜 북새통을 이뤘다. 매장 곳곳에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고 매장에서는 “현재 올리브영은 특별 할인 기간입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중국어로 계속 흘러나왔다.

매장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곳은 화장품 중에서도 마스크팩 코너였다. 유커들은 스마트폰으로 미리 점찍어둔 제품의 가격을 비교하며 바구니에 마스크팩을 담았다. AHC 프리미엄 하이드라 마스크는 다 팔려 빈 매대에 가격표만 붙어 있었다. 유커들은 직원들이 제품을 채워 넣기도 전에 빠르게 집어갔다. 바구니에 리더스 마스크팩을 잔뜩 넣은 왕신(33)씨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모르고 한국에 왔는데 물건이 싸서 많이 사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 앞에는 중국 관광객을 태워 나르는 관광버스들이 도로 한쪽을 점령해 일대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 버스가 잠시 정차하면 쏟아져 나온 중국인 관광객들이 롯데백화점 본점과 롯데면세점에 가기 위해 무리 지어 이동했다. 본점 주변에는 모범택시 운전기사들이 교통정리를 위해 부는 호루라기 소리가 계속해서 고막을 때렸다.

평소보다 높은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인 롯데백화점에는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까지 몰려 걸어 다니기조차 힘들었다. 에스컬레이터에도 사람들이 빼곡히 타고 매장을 돌아다녔다. 9층 행사장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가 한꺼번에 몰린 인파 탓에 한때 멈춰서 걸어서 올라갈 정도였다. 면세점은 국내 화장품 브랜드 매장이 가장 북적였다.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매장에선 발 디딜 틈 없이 줄을 선 유커들의 목소리로 귀가 멍할 정도였다. LG생활건강 숨 매장에서는 워터풀 라인 세트 상품을 구매하는 유커들이 많아 직원들이 상품을 채워 넣기에 바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2일 중국인 고객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근 신세계면세점도 마찬가지였다. 10층 화장품 매장에 도착하자 중국말만 들릴 정도였다. 아예 편하게 쇼핑하기 위해 캐리어를 들고 쇼핑에 나선 사람도 많았다. 매장 한쪽에서 캐리어를 펼쳐 물품을 정리하는 유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국경절 기간에 중국인 관광객이 평소보다 20∼30% 증가해 매출도 3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라면세점 서울점도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증가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영향으로 유커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한국관광공사와 유통업계 등에서는 지난해 국경절보다 4만명 많은 25만명의 유커가 한국을 찾아 6000억원 넘는 돈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나 허경구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