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 용두동 김분녀(86·여)씨의 33㎡ 임대아파트가 3일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제천제일감리교회(안정균 목사) 성도들이 반찬배달을 왔기 때문이다. 보청기를 착용한 김씨는 하늘색 반찬가방을 받고 연신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늘색 가방 안에는 김치와 고기볶음이 들어있었다.
김씨는 “혼자 살다보니 반찬 만들기가 귀찮아서 그동안 밥만 먹었다”면서 “교회에서 2주에 한 번씩 이렇게 맛있는 반찬을 배달해주니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냉장고에 반찬을 넣으면 10일 이상은 먹을 수 있겠다”며 “이렇게 봉사하는 분들이 복을 많이 받아야 한다”고 웃었다.
1907년 설립된 충북 제천제일감리교회는 제천지역 기독교대한감리회의 모교회다. 교회는 50년 송학에 교회를 개척한 이래 산곡교회 동부교회 고암교회 남부교회 시온성교회 신광교회 영화교회 등 제천지역에 총 15개 교회를 개척했다. 초창기부터 교회 부지와 건물은 물론 출석 성도까지 지원해줬다.
장대식(68) 선임장로는 “109년 역사의 우리 교회는 그동안 지역과 민족복음화를 위해 헌신해 왔다”면서 “10여명이 모이는 믿음의 공동체로 시작된 교회가 제천은 물론 전 세계에 복음의 빛을 비추는 교회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교회는 충북 최초로 유치원도 설립했다. 1924년 동명유치원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제천유치원은 초창기 원생수가 60명이었지만 지금은 6학급 130명 규모로 늘었으며 입소 대기자가 줄을 잇고 있다.
제천유치원장 지명희(51·여) 권사는 “제천제일교회가 유치원을 통해 일제강점기에는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고 어린이 계몽에 앞장섰다”면서 “자라나는 다음세대에게 찬양과 예배로 구원의 메시지를 전할 뿐만 아니라 성품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신앙을 전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회의 자원봉사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4년부터다. ‘움직이지 않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다’ ‘자원봉사야말로 주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자신에게 기쁨이 되는 활동’이라는 표어 아래 한국자원봉사능력개발연구원 관계자를 초청해 봉사교육을 진행했다. 이 교육을 수강한 성도들은 교회 내 무지개봉사단을 창단하고 치매·중풍 노인들이 수용된 요양시설을 찾아가 목욕, 청소, 빨래 등의 봉사를 시작했다.
이후 150여명의 성도들이 팀을 구성해 노인학교인 은빛교실 운영, 재난현장 구호활동, 로뎀청소년학교 봉사, 음성 꽃동네 봉사, 무의탁 양로원인 영춘사랑의집 봉사, 제천서울병원 목욕 봉사 등을 펼쳤다. 지역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을 돕기 위해 재활용품을 수집했고 2주에 한 번씩 지역 결식노인을 위해 반찬도 나누고 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교회는 2000년 ‘제천시 봉사대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무지개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이·미용, 지역아동센터 재능기부 및 청소, 반찬 나눔, 장애우 돌봄, 저소득층 집수리, 병원 환자 돕기 등의 봉사를 하고 있다.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을 하고 있는 이규순(70·여) 권사는 “거동이 불편한 같은 연배의 노인들에게 반찬을 배달하면서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며 “성도들 사이에선 일제강점기부터 복음을 전해온 역사성 있는 교회, 지역사회를 섬기는 교회라는 자부심이 크다”고 귀띔했다.
교회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복음전도와 사회봉사’ ‘건강한 교회와 행복한 가정’이라는 목표 아래 가정을 회복시키고 바른 아내, 어머니 상을 제공하는 가정사역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김미경(44·여) 집사는 “수도권에 비해 세미나 등의 기회가 부족한데 마더와이즈 교육, 기독교교육 세미나 등 지역 교계를 위해 교회가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며 “지역의 20여 교회 사모들도 참석토록 해 각 교회에서 가정사역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회는 2004년부터 제천 유일의 가정폭력 피해 여성보호시설인 ‘엘림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엘림의 집은 가정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피신할 수 있도록 임시 숙소를 제공하고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응을 위한 문화활동을 지원한다. 법률 및 의료서비스도 제공한다.
2009년에는 제천 푸른 청소년문화센터를 개소했으며, 바리스타와 제빵 과정 등 20개의 강좌를 개설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평생교육 기회를 지원하고 있다. 2010년 개소한 푸른 도서관은 7000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고, 아동복지센터에선 30여명의 지역 저소득층 아동을 돌보고 있다.
안정균 제천제일감리교회 목사 “아무리 어려워도 선교비는 안 줄여… 선한 사마리아인 모습으로 낮은 곳 섬겨야”
“제천제일감리교회가 내년 제천 신도시 지역에 16번째 분립개척을 합니다. 건강한 사람이 헌혈을 하면 더욱 건강해지잖아요.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헌혈로 새 피가 돋듯 교회를 개척한 교회도 선교로 활기가 넘칩니다. 이게 하나님의 영적 원리입니다.”
안정균(55) 제천제일감리교회 목사는 “지역에 교회가 필요하다면, 여건이 안 되고 재정적으로 어렵더라도 선교비를 줄이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개척하는 게 맞다”면서 “이것이야말로 교회분쟁과 갈등을 겪지 않았던 제천 감리교회의 모교회가 갖는 저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 교회 성도들의 섬김은 남다르다. 2004년 기독교대한감리회 제천동지방회에 회관 건립 부지를 기증했는데, 기감 200여 지방회 중 회관을 보유한 지방회는 제천이 유일하다. 교회에선 제천성시화대회, 제천사랑실천운동본부, 제천블레싱 등의 행사가 열린다. 기감 충북연회에 대한 기여도도 높다.
서울 중곡감리교회를 담임하던 안 목사가 제천제일감리교회에 부임한 것은 2007년이다. 부임 3년 만에 제천지역 184개 교회의 연합단체인 기독교연합회의 회장을 맡았던 것도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교회의 역할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제천시성시화운동본부장과 감신대 이사 등을 맡고 있는 안 목사는 한국교회가 사회적 문제 앞에 성숙한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목사는 “목회자의 윤리·도덕적 문제가 계속 이슈화되고 이단과 반기독교 세력의 공격이 거세다”면서 “여러 악재가 쏟아지는 영적 전쟁 속에서 인격의 열매로 이어지는 성령운동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성령운동은 개인에 그치지 않고 사회에 기여하는 봉사와 복지로 뻗어나가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타종교보다 적극적으로 소외당하는 이웃을 돌봐왔듯 앞으로도 더욱 적극적으로 공교회성을 붙들고 밑바닥부터 선한 사마리아인의 모습으로 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천=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한국의 공교회-제천제일감리교회] 이웃에 어머니같은 따뜻한 손길… 지역사회를 포근하게
입력 2016-10-04 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