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합’이 잘 맞는 감독과 배우가 있다. 감독의 작품세계를 찰떡같이 표현해내는 배우를 우리는 그 감독의 ‘페르소나(persona)’라고 부른다. 연출과 연기의 시너지가 형성되면 영화 자체의 만듦새가 좋아진다. 흥행 가능성도 커지기 마련이다.
김성수 감독과 배우 정우성이 호흡을 맞춘 영화 ‘아수라’(누적 관객수 180만명·3일 발표)는 지난달 28일 개봉해 박스오피스를 장악했다.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9) ‘무사’(2001)를 함께하며 한 시대를 풍미한 두 사람이 15년 만에 재회한 작품이다. 감회가 남다를 법하다.
김 감독은 애초부터 주인공 한도경 역에 정우성을 놓고 시나리오를 썼다. 10년간 작품 활동을 쉬다 ‘감기’(2013)로 복귀한 뒤 차기작을 준비하면서 떠오른 이가 정우성이었다. ‘아수라’는 김 감독이 오래 전부터 마음속에 담아뒀던 이야기였다. ‘같이 해보겠느냐’는 제안에 정우성은 흔쾌히 응했다.
정우성이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단순했다. 오로지 김 감독 때문이었다. ‘아수라’ 개봉 전 만난 정우성은 “김성수라는 선배에 대한 애정이 컸다. 그가 후배들에게 미치는 건전한 영향이 뭔지 알기에 출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길 바랐다”고 털어놨다.
류승완 감독에게는 든든한 친동생 류승범이 있다. 형제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 ‘주먹이 운다’(2005) ‘부당거래’(2010) ‘베를린’(2013) 등에서 완벽한 ‘케미’를 이뤘다. 류 감독은 최근 황정민과도 자주 만난다. ‘부당거래’로 처음 호흡한 두 사람은 ‘베테랑’(2015)으로 천만 흥행을 달성한 데 이어 차기작 ‘군함도’를 함께 찍고 있다.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인연은 20년 가까이 이어졌다. 김 감독의 데뷔작 ‘조용한 가족’(1998)부터 ‘반칙왕’(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지난달 개봉한 ‘밀정’까지 네 작품을 같이 했다. 둘 사이 굳은 신뢰가 있기에 가능했다.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에게도 특별한 존재다. 봉 감독 연출인생의 분수령이 될 만한 작품들을 그와 찍었다. ‘살인의 추억’(2003) ‘남극일기’(2005) ‘괴물’(2006) ‘설국열차’(2013)가 모두 둘의 합작이다.
나홍진·윤종빈 감독은 데뷔작을 함께한 하정우와 꾸준한 인연을 이어왔다. 나 감독은 ‘추격자’(2008) ‘황해’(2010)에서, 윤 감독은 ‘용서받지 못한 자’(2005) ‘비스티 보이즈’(2008)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 ‘군도: 민란의 시대’(2014)에서 하정우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감독과 배우의 끈끈함은 보다 나은 작품의 완성도로 발현된다. 서로에 대해 워낙 잘 알기에 의사소통이 원활할뿐더러 각자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캐치할 수 있어서다. 이런 긍정적인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촬영장 전반으로 확산된다.
동일 감독과의 잦은 협업으로 자칫 배우의 연기 폭이나 이미지가 한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작품마다 변화하는 지점을 찾는 게 관객에게 또 다른 즐거움이 될 수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충무로 ‘환상의 복식조’… 흥행 보증수표
입력 2016-10-04 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