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동반자살… 인터넷·SNS가 ‘죽음의 통로’

입력 2016-10-03 18:51 수정 2016-10-03 21:43

최근 한 달 동안 3건의 집단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3건 모두 동일한 패턴을 보인다. ①서로 모르는 사이인 사람들이, ②자살사이트 등 온라인을 통해 만나서, ③연고도 없는 곳에 모여, ④같은 수법으로 동반자살을 시도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하게 자살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인터넷 공간에 주목한다.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3일 오전 8시15분쯤 전남 광양시 진상면의 한 계곡 인근 펜션에서 남녀 5명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광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30일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해 만났다. 이모(34)씨, 정모(38·여)씨, 유모(23)씨, 또 다른 정모(26)씨 등 4명이 펜션의 방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거실에서 발견된 김모(35)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서울·대구·경기·경남·전남 등 사는 지역이 다 다르다. 방에선 유서 4장, 수면제 10알, 화덕에 타고 있던 연탄 3장이 발견됐다. 유서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 ‘빚 때문에 힘들다’ 등 사연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자 김씨는 경찰에서 “자살사이트에서 연락해 만남을 가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비슷한 사건은 지난달 28일에도 있었다. 경남 통영시내의 한 펜션에서 이날 오후 1시30분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남성 4명이 발견됐다. 이들도 경북·경남·전북·전남 등 사는 곳이 제각각이었다. 같은 달 5일 오전 8시20분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한 사무실에서 남녀 4명이 동반자살하기도 했다.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닌데도 특정장소에 모여서 동반자살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왜 이런 동반자살이 늘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인터넷 공간’이라는 수단에서 원인을 찾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연고가 없는 사람들이 자살을 위해 모일 수 있는 SNS나 인터넷 환경이 직접적 원인으로 보인다”며 “여러 명이 모여서 (자살을) 시도하면 혼자일 때보다 실패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과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지난 7월에 2주간 인터넷 자살 유해정보를 모니터링한 결과 전체 9111건의 자살 유해정보 가운데 14.5%(1321건)가 자살 동반자 모집 정보였다.

경찰은 심각성을 인지하고 인터넷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자살 관련 게시물이 발견되면 삭제 조치한다. 하지만 SNS에 게시되는 자살 유해정보가 골칫거리다. 중앙자살예방센터 신은정 부센터장은 “포털사이트의 경우 경찰이 자살 관련 정보를 찾으면 사이트 운영자에게 통보해 삭제할 수 있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트위터 등에서 자살 모집 글이 올라오면 삭제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교수는 “자살사이트가 있으면 폐쇄하고 관련글이 올라오면 작성자를 찾아내 삭제하는데 온라인에서 눈에 안 띄면 된다는 방식은 근본 해법이 아니다”고 했다. 복지부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개정해 자살사이트 운영자 처벌 강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황 파악이 급선무라는 비판도 나온다. 신 부센터장은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 등에 동반자살, 집단자살 정보는 없다”면서 “경찰과 복지부 등이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성민 민태원 임주언 기자, 광양=김영균 기자 woody@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