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株 ‘시간차 공시’ 개미들 피해 속출… 공매도 ‘空시제’

입력 2016-10-03 18:53 수정 2016-10-04 00:20
한미약품의 ‘시간차 공시’ 사건으로 개미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는 과정에서 시장 투명성을 위해 만든 제도들이 제 역할을 못했다. 시행 3개월째를 맞은 공매도 공시제에서도 구멍이 드러났다. 한편 사태의 중심에 놓인 폐암 신약 ‘올무티닙’(제품명 올리타 정)의 국내 판매 여부는 4일 결정된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30일 개장 30분쯤이 지나고서야 자사의 항암신약 올무티닙의 권리를 베링거인겔하임이 반환했다고 공시해 주식시장에 혼란을 초래했다. 전날 장 마감 뒤 1조원대의 기술수출 계약을 공시한 지 17시간 만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주가가 떨어질수록 이익을 보는 공매도 거래량은 상장 이래 최대인 10만4327주를 기록했다.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공매도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금융감독 당국과 한국거래소는 해당 사건 조사에 착수했다.

공매도 공시제도는 시장의 투명성을 위해 지난 6월 30일 도입됐다. 그러나 도입 당시부터 증권사와 스왑딜을 통해 거래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의 실체를 알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스왑딜은 증권사가 자신의 이름으로 공매도를 하기 때문에 29일 기준으로 전체 공매도 거래의 96.9%를 차지한 외국인투자자들이 누군지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스왑딜 내역을 공개하면 되지만 증권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거래를 대리한 외국계 투자자들의 정보를 쉽게 내놓기 어렵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공매도 고객들은 대부분 큰손들이라 증권사 입장에서는 내놓지 않고 싶어하는 게 당연하다”고 예상했다. 공시 의무 위반에 뒤따르는 과태료도 최대 5000만원에 불과하다.

일단 금융 당국은 한미약품이 전날 오후 7시에서야 해당 정보를 안 게 사실인지 여부부터 조사를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정보가 미리 새어나갔는지를 먼저 조사할 것이고 의심 계좌에 대한 전수조사는 그 다음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조사가 쉽게 결론 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혐의 계좌군을 조사할 순 있겠지만 차익실현 규모, 거래의 의도성 문제를 합하면 더 복잡해진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올무티닙의 국내 시판 지속 여부를 논의한다. 식약처는 앞서 지난달 30일 올무티닙의 신규 환자 처방을 중단하라는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다. 올무티닙은 지난 4월 첫 사망 사례가 보고됐지만 식약처는 5월 신속심사를 통해 국내 시판 허가를 내줬다.

조효석 민태원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