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한정식 법인카드 이용 17.9% 감소… 김영란법 시행 후 BC카드 사용 분석

입력 2016-10-03 18:22 수정 2016-10-03 21:28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된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고급 한정식집 입구엔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눈에 띄지 않았다. 매니저 A씨는 “점심 손님이 저녁때보다 많은 편인데 법 시행 첫날이다 보니 예약이 평소의 50%도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 음식점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2만9000원짜리 정식 코스를 출시했다. A씨는 “3만원 이하 메뉴가 있는지 물어보는 전화는 많이 오는데 예약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고급 음식점에서 만나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던 문화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법인카드로 밥값이나 술값을 낸 금액도 크게 줄어들었다. BC카드는 3일 김영란법 시행 후 법인카드의 요식업 결제금액과 결제건수가 모두 줄었다고 밝혔다.

김영란법 시행 4주전 수·목요일(8월 31일∼9월 1일)과 시행 이후 수·목요일(9월 28∼29일)을 비교했더니 한정식집 법인카드 이용금액은 17.9%, 중국음식점은 15.6% 각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6대 주요 요식업(한정식·중식·일식·양식·갈비·일반한식) 전체로는 법인카드 이용금액 총액이 8.9% 줄었다.

법인카드 건당 이용금액도 달라졌다. 법 시행 4주 전과 시행 직후 이틀을 비교해 보면 6대 요식업종의 법인카드 건당 이용금액은 5만5994원에서 5만1891원으로 7.3% 줄었다. 호프집 등 주점업종의 경우 건당 이용금액이 15만6013원에서 15만923원으로 3.3% 줄었다. BC카드는 “고급 음식점에서 법인카드를 이용한 금액과 건수를 보면 접대자리도 그만큼 줄어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영란법 시행 1주 전 수·목요일과 비교하면 일식횟집의 법인카드 결제 금액이 6.0%로 가장 많이 줄었다. 반면 한정식집의 결제금액 감소율은 0.1%로 큰 변화가 없었다. 한정식집의 경우 김영란법의 영향이 이전부터 나타났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로 일부 공직자는 추석선물도 일절 사양하고 돌려보내는 등 기업과 관공서는 지난달 15일 추석 이전부터 선물과 접대를 줄여왔다.

개인카드 이용 건수는 늘었다. 개인카드 이용 건수를 법 시행 1주 전과 직후를 비교해 보니 요식업종은 0.3%, 주점업종은 2.1%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증가폭은 크지 않지만, 김영란법 시행 후 각자 계산하는 더치페이 문화가 확산된 것으로 BC카드는 해석했다.

김영란법 시행 엿새째인 3일까지 국민권익위원회에는 7건의 위반 신고가 접수됐다. 시행 첫날인 지난달 28일과 이튿날 각 1건, 30일 2건이 들어왔고 연휴 기간이었던 1∼3일 사이에도 3건이 추가됐다. 유형별로는 부정청탁 관련 신고가 4건, 금품 등 수수금지 위반이 3건이었다.

글-백상진 조성은 기자 sharky@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