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사진) 필리핀 대통령이 전임 베니그노 아키노 정부가 중국을 견제키 위해 체결한 미국과의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을 백지화하겠다고 경고했다. 필리핀이 최근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을 멀리하고 친중 노선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현지 필리핀스타에 따르면 두테르테는 전날 필리핀 중부 바콜로드의 마스카라 축제 개막식에서 “EDCA 협정서는 공식문서이지만 대통령의 서명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가 미군에 필리핀에서 나가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잘 생각해보라”고 으름장을 놨다.
EDCA는 2014년 4월 체결돼 미군이 10년간 필리핀에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승인한 협정이다. 당시 볼테르 가즈민 필리핀 국방장관과 필립 골드버그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서명해 체결됐다. 필리핀 대법원은 지난 1월 EDCA가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이 협정에 따라 미군은 필리핀 상원이 1991년 조차기간 연장안을 부결시켜 이듬해 철수한 후 24년 만에 재주둔이 가능해졌다.
두테르테는 오는 19∼21일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만난다. 남중국해 문제와 경제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두테르테의 방중 이후 필리핀의 친중 정책이 가시화되면서 동아시아 정세가 급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미군에게 필리핀서 나가라고 할 수 있다” 두테르테, 미군 재주둔 백지화 경고
입력 2016-10-03 1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