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서 카드결제하고 현금 받는다

입력 2016-10-03 18:13 수정 2016-10-03 21:08

서울 성동구에 사는 3년차 직장인 정모(29)씨는 올해 들어 부쩍 결혼식에 갈 일이 많아졌다. 꼬박꼬박 내야 하는 축의금도 부담이지만 매번 현금을 따로 챙기는 것도 꽤나 번거롭다. 미리 찾아두는 걸 깜빡하는 바람에 식장 주변에서 급히 편의점을 찾아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을 쓴 적도 여러 번 있다. 은행보다 훨씬 비싼 수수료가 아까웠지만 별 수 없었다. 그나마도 근처에서 ATM이 있는 편의점을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맨 기억도 있다.

앞으로는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된다. ATM이 없어도 편의점에서 물품 구매 시 현금을 뽑을 수 있는 ‘캐시백 서비스’가 국내에서 시작된다. 금융감독원은 3일 위드미와 GS25 등 국내 편의점 업체와 캐시백 서비스를 이달 20일쯤부터 시범 도입한다고 밝혔다. 은행 창구와 ATM 외에 편의점이라는 제3의 현금 인출 통로가 생기는 셈이다. 우리·신한·국민 3개 은행사와 함께 위드미에서는 이달 20일쯤부터, GS25에서는 다음 달부터 일부 지역에 한해 시범 실시한 뒤 내년 1분기부터 본격 시행된다.

캐시백 서비스가 도입되면 정씨는 굳이 ATM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 근처 편의점에서 850원 하는 생수 한 병을 체크카드로 사면서 점원에게 10만원을 인출하겠다고 하면 된다. 점원은 정씨의 계좌정보를 결제 단말기로 은행에 확인하고, 생수값과 10만원, 수수료를 통장에서 빼간다. 정씨는 점원이 계산대에서 건네는 현금 10만원을 축의금으로 내면 고민 끝이다. 수수료는 900원 정도 될 것으로 금감원은 예상했다.

본격적으로 제도가 시행되는 내년엔 체크카드뿐 아니라 신용카드나 현금 IC카드, 모바일 교통카드로도 현금을 인출할 수 있다. 마이너스통장을 쓰면 한도까지 현금서비스처럼 이용할 수도 있다. 대형마트에서도 캐시백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웬만한 결제가 모두 카드나 모바일로 이뤄지는 이른바 ‘현금 없는(cashless)’ 사회지만 화폐 수요는 꾸준하다. 한국은행은 가계별로 매달 사용하는 현금이 70만원 안팎이라고 집계했다. 경조사 부조금도 현금이 선호되고, 영세상인들의 수요도 여전하다.

캐시백 서비스가 도입되면 인출 수수료는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편의점 ATM에서는 시간대에 따라 수수료를 1300원까지 내야 한다. 몇 만원을 뽑기 위해 내는 수수료로는 높다. 기기 유지비용은 많이 들고, 사용자는 은행 ATM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캐시백 서비스 수수료는 900원 선에서 시작해 편의점 간 경쟁으로 갈수록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돈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캐시백 서비스의 장점이다. ATM 기기는 업체나 지점별로 운영시간이 판이하다. 전국에 설치된 ATM 수는 지난해 말 8만7424대이지만,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있어 다른 지역 고객은 상대적인 불편을 겪고 있다.

시범 서비스 기간 동안 캐시백 서비스의 1회 인출 한도는 10만원이다. 반드시 물품을 함께 사야 한다. 편의점 직원들은 은행 창구 직원처럼 현금을 다뤄야 해 업무 부담이 커진다. 금감원은 “해당 점포에서 지닌 현금이 소진되면 일시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하도록 되어 있다”면서 “현금 계산 문제와 관련해선 교육과 함께 별도 매뉴얼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글=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